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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 Dec 07. 2023

인간이란 존재의 한없는 모순

양귀자 <모순>

 도담×미니의 콜라보 독서모임, 일명 <빵모임>. 이 구역 깨찰빵이 나야 나. 우리의 첫 번째 책은 양귀자의 모순이었다. 어쩐지 책을 핑계로 빵을 실컷 주워 먹은 한 주였던 것 같다.


 주인공 안진진. 참 진자를 두 번 써서 진진이. 그러나 이름 앞에 '안'이 붙어 평생 자신의 이름을 부정하며 살아가야 할 운명의 그녀. 이 책은 이름을 시작으로 진진의 삶을 통해 드러나는 인생의 모순들을 담고 있다.

 

 진진의 아버지는 부드러운가 하면 사나웠고, 따듯한가 하면 차가웠으며, 웃고 있는가 하면 폭포수같이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었다. 술만 마시면 폭력적으로 돌변하던 아버지를 향한 그녀의 마음이 사랑이었던 것 또한 모순이더라.


 이 소설에 가장 대비되는 삶. 일란성쌍둥이인 엄마와 이모. 둘이 한 몸 같던 자매는 결혼을 기점으로 완벽히 반대되는 삶을 산다. 인생의 풍파 속에서 억척스러워지던 엄마와 삶의 고요 속에서 침잠해 가던 이모의 삶. 두 삶을 바라보며 나는 다시 한번 인간에게는 행복만큼 불행도 필수적이라는 문장을 곱씹는다.


 진진이의 삶에서 가장 커다란 모순이었던 두 남자. 김장우와 나영규. 김장우에게 없는 것은 나영규에게 있었고, 나영규에게 없는 것은 김장우에게 있었다. 김장우에게는 몽상이 나영규에게는 현실이 있었다.


 인생에 양감이 없어 우울하던 여자 안진진.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되지 않아 고뇌하던 진진이가 생애를 걸고 인생을 탐구하고자 삶의 방향키를 돌리기 시작했을 때 과연 그녀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따라가며 읽었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 문장을 바라보며 그녀의 선택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녀를 따라 마침표를 찍었다. 그것이 인생이라고.


 독자인 나에게 주어진 이 책의 가장 큰 모순은 사실 안진진이었다. 소설 속 그 어떤 인물보다도 가장 공감 가는 인물이면서 동시에 가장 이해가 되지 않았던 인물.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지금까지 읽었던 어떤 소설에서도 인생에 대해 이렇게 와닿게 쓴 글은 없었던 것 같다. 말이 안 되는 모순투성이의 삶 이게 진짜 삶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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