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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말라던 그 사람, 왜 제일 먼저 시작할까

타인의 의욕을 꺾는 말에 숨겨진 진짜 이유 2가지

by 윤채



당신의 열정을 꺾는 사람으로부터 벗어나는 법




"그거 요즘 너무 유행이라 식상하지 않아?"

"그건 너랑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



막 무언가를 해보려는 결심을 굳혔을 때, 이런 말을 툭 던지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말투는 조심스럽고 겉보기에는 걱정과 조언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그 말은 마음속 열정을 서늘하게 식게 만든다. 타오르던 창작의 불씨가 그 말 한마디에 스르르 꺼져버리는 순간도 있다.



나 역시 그런 일을 몇 번 겪은 적이 있다. 특히 한 사람이 떠오른다. 그는 항상 "그건 별로야.", "난 관심 없어. (넌 왜 그런 거에 관심 가져? 이상하네.)"와 같은 말을 앞세웠다. 이유도 나름 그럴듯했다. 시장 트렌드 분석에서부터 타깃층 분석까지 때로는 그가 하는 말이 설득력 있어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정작 그 일을 가장 먼저 시작한 사람은 바로 그였다. 누구보다 앞서 그 세계에 발을 들인 모습을 보며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는 정말 타인을 걱정해서 그런 말을 했던 걸까. 아니면, 타인이 먼저 시작하는 것이 불편했던 걸까.



이처럼 우리는 때때로 이중적인 태도를 지닌 사람을 만난다. "그건 너무 흔한 길이야", "넌 그거랑 잘 안 맞는 것 같아"라며 진심 어린 충고처럼 다가오지만, 정작 그 말의 진짜 목적은 창작 의욕을 꺾는 데 있다. 왜 그럴까. 왜 누군가는 타인의 열정을 누르면서 혼자서만 그 길로 걸어가려 하는 걸까. 그 심리의 근저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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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확신 없는 자아가 만들어내는 통제 심리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 확신이 부족한 사람은 타인의 도전을 불편하게 느낀다. 내가 머뭇거리고 있는 길을 누군가 자신 있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마치 내가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이 밀려온다.



그래서 무의식 중에 그 길을 막고 싶어진다. "그건 별로야", "지금은 그거 안 통해"와 같은 말들은 단순한 의견이나 충고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타인의 가능성에 선을 긋고 싶은 욕망의 표현일 수 있다.



이는 일종의 자기 방어다. '내가 택하지 않은 길은 실패로 끝나야 안심할 수 있다'는 심리가 그 안에 자리한다. '나만 시작하지 않은 것이 아니니 아직 늦지 않았다'라는 자기 위안도 있다.



그래서 누군가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하면, 조용히 그 열정을 눌러두고 싶어진다. 확신 없는 자아는 자기 안정을 위해 외부를 통제하고자 한다.




두 번째는 비교 우위를 지키고 싶은 심리다.

누군가와 함께 시작하면 내 성과는 상대적으로 평가받는다. '나 혼자 시작해야 더 특별해 보인다'라는 착각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의 마음을 지배한다. 그래서 의욕에 찬 사람을 향해 "그건 흔한데", "너랑은 안 어울려"라며 출발선 앞에서 멈추게 만들고 본인은 그 틈을 타 조용히 시작한다.



누군가 나보다 먼저 빛나버릴까 봐 견제하는 마음, 비교당하지 않기 위해 경쟁자를 줄이고 싶은 마음이 말로 표출되는 것이다. 그렇게 던진 말은 ‘너를 위한 조언’이 아니라, ‘나를 위한 전략’이다.



이런 말들 속에서 창작자에게 가장 위험한 건 그 말에 움츠러드는 것이다. 나 역시 과거에는 그랬다. 창작뿐 아니라 학업이나 진로를 고민할 때도 이런 말을 듣고 괜히 망설인 적이 있었다. "날 걱정해서 하는 말이겠지", "역시 나랑은 안 맞는 길인가 봐"라는 생각이 들면, 어느새 내 안의 가능성은 조금씩 닫히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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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되었다. 그런 말들은 내 가능성을 열기 위한 조언이 아니었다. 오히려 타인의 불안을 나에게 전가하며 나를 움츠러들게 만드는 통제였다. 그들은 자신의 불확실함을 외부에서 안정시키기 위해, 타인의 시작을 가로막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의 허락도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존재다. 누가 먼저 하든 누가 뭐라고 하든 결국 중요한 건 나의 선택이다. 지금 여기서 내가 원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주저하지 말고 그냥 시작하면 된다.



앙드레 지드는 말했다.



"모든 사람은 경탄할 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힘과 젊음을 믿어라. '모든 것이 내가 하기 나름이다'고 끊임없이 자신에게 말하는 법을 배우라."



타인 때문에 당신의 가능성을 의심하지 마라. 당신이 원할 때 무엇이든 시작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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