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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위해 작심삼일 끝내는 법

의지박약도 쓰게 만드는 루틴의 힘

by 윤채



쓰고 싶은데 왜 자꾸 멈출까?

작심삼일을 끝내는 가장 단순한 방법




계속 쓰는 사람은 도대체 무엇이 다를까. 새로운 전자책 집필을 마무리하면서 나는 이 질문에 대해 한 가지 확신을 갖게 되었다. 집필은 생각보다 더뎠지만, 나는 루틴의 힘을 믿었다. 글의 완성도보다 중요한 것은 다시 자리에 앉는 힘이었다. 한 번 무너져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사람에게는, 단순한 의지가 아닌 반복 가능한 시스템이 있었다.



작심삼일이라는 단어는 오랫동안 자책의 언어로 사용되어 왔다. 계획은 거창하게 세웠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흐트러지고, 그 상태를 회복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비난하는 데 익숙해진다. 나는 왜 또 이러지, 이렇게 해서는 작가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그리고 그런 날이 반복되면 처음 품었던 ‘쓰고 싶다’는 마음조차 점점 흐려진다.



그러나 여기서 다시 물어야 한다. 작심삼일이 실패의 증거일까, 아니면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신호일까. 실제로 심리학과 뇌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작심삼일은 인간이 자연스럽게 보이는 반응 중 하나다.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은 인간의 뇌가 변화를 본능적으로 위험 요소로 인식하며, 익숙한 상태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고 설명한다. 새로운 루틴이나 습관을 시도할 때, 뇌는 현재의 리듬을 교란하는 요소로 받아들이고 무의식적인 저항을 만들어낸다. 처음 며칠 동안 집중력이 떨어지고 피로감이 증폭되는 이유는 이러한 생리적 반응과 무관하지 않다.



작심삼일은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기존의 패턴을 바꾸려는 시도에 대해 뇌가 보내는 복귀 신호이며, 생존을 위한 자동 방어 장치에 가깝다.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 역시 “사람은 결심보다 시스템에 따라 행동한다”라고 강조한다. 반복되는 실패는 개인의 결함 때문이 아니라, 실패를 고려한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일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결심을 얼마나 강하게 했느냐’가 아니라, ‘결심이 무너졌을 때 어떻게 돌아올 수 있도록 구조를 짰느냐’다.



pJjnKcEcbRu.png 새로운 전자책 일부 공개



나는 전자책을 쓰며 이 원리를 더욱 분명히 체감했다. 처음에는 계획을 아주 세밀하게 짰다. 하루에 몇 자씩, 어떤 순서로, 어떤 마감일을 목표로 삼을지 모두 정해두었다. 그러나 집필이 시작되자 곧 예외 상황이 발생했다. 글이 생각보다 더디게 써졌고, 컨디션이나 외부 일정, 감정 기복 등도 자주 루틴을 흔들었다. 일정은 미뤄졌고, 예상보다 일주일 가까이 늦어졌다. 하지만 나는 집필이 지연되었어도 멈추지 않았다. 완벽하게 쓰는 것보다 자리에 앉는 리듬을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그 리듬이 원고의 완성을 이끌었다.



내가 만들었던 루틴은 매우 단순했다. 첫째, 매일 같은 시간에 노트북을 켰다. 둘째, 전날 마지막으로 썼던 문장을 읽고, 이어서 한 문장이라도 쓰려고 했다. 셋째, 아무것도 쓰지 못한 날에도 루틴 점검표에는 ‘앉았다’는 표시를 남겼다. 이처럼 단순한 반복이 글쓰기를 지탱했다. 루틴은 단순히 성과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한 안전장치였다.



그 경험을 통해 나는 글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것은 의지가 아니라 리듬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제임스 클리어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우리는 삶의 수준까지 올라가지 않는다. 우리는 시스템의 수준까지 내려간다”라고 말했다. 작가로서 내가 원하는 목표는 더 좋은 문장, 더 깊은 통찰, 더 안정적인 집필력일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결과는 결국 내가 만든 루틴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그러니 내가 매일 어떤 방식으로 책상 앞에 앉는지, 어떤 기준으로 하루를 시작하는지가 곧 내 글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말이 된다.



루틴이 갖는 또 하나의 힘은 감정 기복으로부터 나를 보호해 준다는 데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감정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잘 써지는 날에는 자신감이 넘치다가도, 며칠 쓰지 못하면 무력감에 빠지기 쉽다. 피드백 한 줄에도 마음이 흔들리고, 창작자로서의 정체성이 위태로워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통제하려 들기보다, 오히려 감정을 그대로 둔 채로도 앉을 수 있는 루틴이 필요하다. 그 루틴이야말로 창작자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회복 장치다.



A4책표지.png



‘잘 쓰는 사람’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 쓰는 사람’이 되는 것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잘 쓰겠다는 목표는 글을 멈추게 만들지만, 계속 쓰겠다는 기준은 다시 돌아오게 만든다. 계속 쓰려면 시스템이 필요하고, 시스템은 복잡한 전략보다 단순한 반복에서 만들어진다. 매일 30분 앉기, 같은 시간에 켜기, 점검표에 체크하기. 이 단순한 구조가 결국 글을 완성으로 이끈다. 전자책을 끝낼 수 있었던 것도 이 리듬 덕분이었다.



작심삼일은 실패가 아니다. 그것은 시작을 시도했다는 증거다. 세 번 시도해서 무너졌다면 네 번째는 구조를 바꿔보면 된다. 그리고 다섯 번째에는 쉬어도 좋다. 여섯 번째에는 시스템을 만들자. 감정이 흔들려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루틴, 계획이 틀어져도 다시 앉게 만드는 습관. 그것이 결국 하나의 원고를 완성하게 만들고, 창작자로 살아남게 만든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루틴이 먼저다. 계속 쓰는 사람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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