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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그린 Jun 08. 2024

악의는 없지만 악마 같은 친구

악의는 없지만 종종 악마 같은 사람도 있다.




Frage an die Karten (1889)_Édouard Bisson (French, 1856-1939)




-고작 그런 일로 너무 기죽지 마!

중요한 프로젝트를 망쳐서 힘들어하는 B에게 A가 한 격려차원의 말이었다. 하지만 B에게 그 프로젝트는 '고작'이 아니었다. 악의 없는 응원이었지만 결국 B는 꽤 큰 상처를 받았다. 그렇지만 힘내라는 응원에 B는 화를 낼 수도 없었다.


고작의 기준은 저마다 너무 다르겠지만 A도 B가 하던 프로젝트가 중요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알면서도 고작이라는 말이 쓰면서 응원한다는 건 유쾌한 응원이라고만은 보기 어려웠다.




-난 오늘 정말 행복하게 보냈는데 넌 어때?

보통의 날이었다면 이건 그저 보통의 안부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 C의 가족은 교통사고가 났고, 그걸 알면서도 A가 C에게 이런 식으로 연락한 것이다. A는 따스한 안부가 묻고 싶었겠지만 본인 자랑이나 하려고 보낸 연락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C에게 상처가 되었다.


아무리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지만 굳이 C가 안 좋은 일이 있다는 걸 알면서 자신이 행복한 티를 팍팍 내는 건 예의에 어긋난 건 아닐까? 물론 자신이 너무 행복해서 그걸 전혀 숨기고 싶지 않은 것을 자유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겠지만.




-힘들었겠네. 네가 사람 보는 눈은 없진 않았어?

사기를 당한 D에게 A가 한 말이었다. 사람 보는 눈이 있다면 사기는 안 당했을 테지만 인간사가 어디 마음대로 되던가. 사기 안 당하려고 조심해도 기를 쓰고 사기 치려는 사람을 완벽하게 피하는 건 쉽지 않다.


A 입장에서는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을 겪지 않기 위해 사람 보는 눈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겠지만 피해자를 탓하는 말을 해야 했을까?




혹시 A가 날 싫어하는 걸까?




A가 진짜 주변 사람들을 싫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A의 초긍정적인 마음이 결국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건 사실이었다. 눈치가 없어서 그렇지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A에게 상처받고 거리 두기를 한 사람들도 있다.



악의는 없지만 너무너무 긍정적으로만 말한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A의 초긍정적인 말은 때로 반짝이는 응원이지만 종종 남들에게 끔찍한 비수가 된다. 감정적으로 많이 힘든 사람에게 할 말이라고 하기엔 비꼬는 것과 비슷하게 들리니까.




L’élégante Au Moulin Rouge (circa 1908-09)_Édouard Vuillard (French, 1868-1940)




악의가 없다는 걸 알지만 막상 당해보면 '지금 비꼬는 건가?'라는 생각을 떨치긴 어렵다. 때론 A가 너무 긍정적이라서 타인이 느낄 법한 부정적인 감정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든다. 



악의는 없지만 악마 같은 사람이란 말은 씁쓸하지만 종종 정말 악의 없이 악마 같은 말을 하는 사람도 있기에.. 씁쓸하다.



눈치는 없지만 초긍정적인 사람을 친구로 둘지, 아니면 거리를 둬야 할지 더 행복한 쪽으로 선택해야 한다. 설령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나쁜 친구로 남을지라도 자신이 행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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