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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그린 May 25. 2024

착해지기 전에 강해져야 했다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는 방법

착한 마음이 언제부터 약한 마음이 된 걸까. 착한 콩쥐와 신데렐라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건 역시 동화에 불과한 것일까. 인생을 살면 살수록 동화와 달리 현실은 착한 사람이 손해 본다는 걸 많이 느끼는 요즘. 착한 마음 때문에 손해 보았던 일을 하나둘씩 노트에 적어보았다.



한참의 끄적임 후 허탈함이 몰려왔다. 내가 그동안신경 썼던 것은 착한 마음이 아니라 약한 마음이 맞았다. 금전적, 시간적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했지만 상대는 입으로만 대충 고맙다고 한 적이 있다. 사람의 진심은 말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 드러난다.




A Quiet Moment _Charles Chaplin (French, 1825 - 1891)




내가 그때 상대의 이기적인 행동에 따지지 않았던 것은 그 사람과의 관계, 나아가 그 사람과 나를 둘러싼 다른 관계까지 배려했기 때문이었다. 이제와 돌아보니 어째서 남들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나 혼자 희생해야 했는가 싶지만.




슈퍼맨도 베트맨도 아닌데 남을 위한 히어로로 살 필요가 있을까?




심지어 착하게 산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물론 누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 착한 행동을 하는 건 아니지만 도가 지나치는 사람을 만났을 땐 성인군자처럼 생각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평화는 누군가의 희생이 있기 때문에 지켜지는 것이다.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이 안전한 건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 사이의 평화도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할 때가 있다. 나는 그런 희생을 인내하고서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서서히 그 생각에 금이 간다. 씁쓸하다.




Le Sommeil (ca 1890)_Charles Chaplin (French, 1825 - 1891)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고 싶었을 뿐인데. 참 오만가지를 다 신경 쓰다 보니 금전적, 시간적 손해도 보게 된다. 결국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는 것에 방해로까지 이어진다. 그래, 애석하지만 약한 마음은 보지 않아도 될 손해를 보게 만드는 주범이 된고, 그 손해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악랄하게 살자는 게 아니다.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착해지기 전에 강해져야 한다는 거다. 그래야 진짜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다.



현실은 착한 마음으로 산다고 해서 동화처럼 아름다운 일만 생기지 않는다. 강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것들을 지켜야 동화보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착한 마음이 언제부터 약한 마음이 된 것인지 저마다 정의는 다르겠지만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착한 마음 때문에 손해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나도 참 강해지고 싶나 보다. 약한 이 마음 개나 줘버리고 싶다. 정말 난 자꾸 신경 쓰인다. 뒤처진 사람, 소외된 사람, 표정이 좋지 않은 사람, 아픈 사람, 혹시라도이 글을 읽고 이해하지 못한 사람, 혹시라도 상황이 좋지 않아 나에게 상처받을 사람까지. 참 오만 가지가 다 신경 쓰인다. 그게 착한 마음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약한 마음이다. 사랑하는 것들을 지켜가려면 착해지기 전에, 강해져야 했다.

- 윤소정, 컨티뉴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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