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만족할 수 없는 저주
우리는 풍요의 시대에 살고 있다. 먹고 싶은 것은 얼마든지 먹을 수 있고,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지구 어디든 갈 수 있다.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 하나로도 무엇이든 볼 수 있다. 우리는 크게 부족함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현실은 전 세계 출산율 꼴찌,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풍요로운 세상이 될수록 사는 것은 더욱 힘들어진 것만 같다. 명확한 이유는 모른다. 다만 한 가지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풍요로움이 더 많은 집착을 낳고, 더 많은 집착은 더 큰 고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우리의 욕심, 집착이 커질수록 우리는 더 크게 고통받는다.
기원전 500년경에 태어난 불교의 창시자 고타마 싯다르타는 작은 왕국의 후계자로서 부족함 없이 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고통을 느낀다. 더 많은 부와 권력, 지식을 추구하면서도 만족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불만족은 끊임없는 고통으로 이어지게 된다.
고타마는 고통으로부터 완전한 해방의 답을 찾기 위해 6년에 걸쳐 인간 번뇌의 핵심과 원인, 치유법에 대해서 명상하며 사유했고, 그 결과 번뇌의 원인은 사람 마음의 패턴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고타마는 다음과 같이 통찰했다.
마음은 무엇을 경험하든 대개 집착으로 반응하고, 집착은 항상 불만을 낳는다.
우리는 즐거움을 경험하면, 더 큰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 집착한다. 고통을 겪으면 그 고통을 없애기 위해서 집착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거기서 불만이 생기며 또 다른 고통이 발생한다.
고타마는 이러한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시했다.
즐거운 일, 불쾌한 일을 경험했을 때 마음이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곳엔 고통이 없다.
힘들고 슬픈 일을 경험하되 그것이 사라지길 바라는 집착을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계속 힘들고 슬프겠지만 그로부터 고통을 당하지는 않는다. 기쁨과 행복을 누리되 그것이 더 커지기를 집착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기쁨을 느낄 수 있다.
고타마에 의하면 이 모든 것은 훈련을 통해서 이뤄낼 수 있다. 다음의 질문에 지속적으로 집중하면 된다.
지금 나는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집착에 빠지지 않으면서 실제 경험에 초점을 맞추는 데 목적이 있다. 집착은 불과 같다. 불이 완전히 꺼지면 완벽한 만족과 평온의 상태에 다다르게 된다. 바로 이것이 열반(불 끄기)이다. 즉 집착이 없는 사람은 더 이상 고통받지 않는다.
고타마는 자신의 가르침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고통은 집착에서 일어난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집착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데 있다. 그 방법은 실재를 있는 그대로 경험하도록 마음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지금 나는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집중하는 것이다.
나는 사실 부족함이 없는 삶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삶이 고통스럽다고 느낀다. 거의 모든 고통이 욕심에서 비롯된다.
일에서 더 큰 성과를 얻고자 하는 욕심
주식이 크게 올라서 더 큰 자산을 쌓고 싶은 욕심
더 많은 곳을 여행하고 경험하고 싶은 욕심
더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욕심
더 좋은 의식주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심
더 많은 좋아요와 조회수, 팔로워를 갖고 싶다는 욕심
나는 이 고통 속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가?
먼저 집착하지 않는 마음을 갖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집착은 필수적으로 고통을 동반한다. 따라서 의식적으로 다음과 같이 생각하려고 하는 게 도움이 된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자.
다만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자.
더 뛰어난 성과, 더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내가 가진 역량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는 데에 집중할 때 더 큰 만족과 행복이 다가온다고 생각한다. 결과가 어떻든 그것이 나의 최선이었으니 후회가 없고 고통이 없는 것이다. 반면 결과에 집착했다면 고통은 필히 겪게 된다. 잘했어도 더 잘하지 못함에 괴로움을 느낀다.
우리는 쉽게 집착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인해서 너무도 쉽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로 인해서 수많은 비교와 욕심과 집착을 양산한다. 현재 내가 갖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게 만드는 모든 것들, 현재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만족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들을 먼저 인지해보자.
그리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길러보자. 원래 우리는 고통을 갖고 태어나지 않았다. 고통은 우리가 갖고 있는 집착, 비교, 욕심과 같은 감정을 통해서 침투한다. 우리가 이러한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고통은 우리에게 도달하지 못한다.
그렇게 고통이라는 불씨는 꺼져버린다.
프로필 배경 이미지 : Unsplash의David Monj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