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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설 aka꿈꾸는 알 Apr 12. 2024

겨울바다 위 펼쳐진 멀미 대환장파티

이렇게 험악한 회사 출근길 겪어보신 분?

배가 '날았다 착륙했다'반복하고 있다.


나는 분명히 커다란 배를 탔는데.

제트스키를 탄게 아닌데...;;



배가 파도를 헤치고 나가는 게 아니라

'거친 겨울 파도에 배가 탑승한 것' 맞겠다.


처음에는  

'어, 놀이동산 바이킹 같네? 후훗. 즐겨주겠다.'

안일하게 생각했다가.


30분 뒤.

'이건 지옥으로 가는 바이킹이다!!!!"


속에서 울렁거리는 위험을 감지하고

재깍 돗자리를 깔고 복도에 누웠다.


진작에 누웠어야 했다.

누워도 울렁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혹시 배 멀미가 심하신 분들은

출발 전부터 미리 누워가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눕는 좌석이 없다면

통행에 방해되지 않는 빈 공간에 돗자리를 깔면 된다.



여기저기서 하나 둘,


"윽윽... 워이 워이 우웩!!!!"

"와 씨...... 뭐고!!!! 욱!!"

"엄마 이게 뭐야!! 으아앙!!"


하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그리고 어느덧 그 소리에 내가 참여해 있었다.

"욱... 욱!!!....... 참을 수 있.. 우욱!!!!"


비닐봉지는 있었지만,

좀 커다란 것이(?) 입으로 나올 것 같은 예감에

화장실로 힘겹게 뛰어갔다. 그러다가.


"으아악!!!"

내동댕이 당하듯이 넘어져버렸다.

파도가 너무 세서 도저히 걸을 수가 없다.


승무원들도 벽을 잡고 트위스트를 추고 계셨다.

© dre0316, 출처 Unsplash


토는 이제 분출 직전이고.

어쩔 수 없이 나는 아장아장 기어 힘겹게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 칸은 이미 나 같은 사람들로 만석.


어렵게 자리를 잡고 들어가자마자

변기를 손으로 잡고 멀미를 시작했다.

해도 해도 끝이 없었다.


멀미를 하는 중에도

나는 화장실 내를 떼구루루 공처럼 굴러다녔다.

그만큼 배가 상하좌우로 흔들렸다.


겨울파도... 절대 무시하지 마세요ㄷㄷ



"우욱... 빨리 좀 나와주세요!!!"


문을 쾅쾅 두드리는 아주머니의 급한 목소리.

그래, 나처럼 힘드시겠지. 충분히 이해합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멀미를 억지로 멈추고

울면서 기어 나왔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힘들... 우워어웩!!!!"

(또다시 토 사방으로 분출)


ㅇ0ㅇ 못 볼 몰골이라도 보신 듯 아주머니의 눈이 커졌다.

아마 내 꼬락서니가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새 직장에 간다고 비싸게 산 신상 롱패딩은 

이리저리 굴렀다 보니 발자국으로 가득했고,

새로운 내 다짐만큼 높이 묶은 상큼한 포니테일은

심야괴담회 처녀귀신이 머리가 되어있었으니.



광란의 배 흔들림에 온전히 내 몸을 맡긴 채

이리저리 부딪치고 통통 튀며

토하고 있는 나는

한마디로 '멀미하는 탱탱볼'.



아주머니께서는 조용히 화장실 문을 닫아주셨다.


"학생... 여기서 그냥 계속 멀미해요.

나는 저기 남자화장실 빈 데 가서 토하면 돼. 딱해라...욱!!"


본인의 멀미까지 포기하고 화장실을 내어주신 아주머니.

지금 생각해도 감사드립니다.

그건 본인의 모든 걸 내어주셨던 거예요.





'고생 끝에 낙이 온다'.

나는 이 말을 다사다난한 내 인생에서

절실히 깨달으며 살아왔다.


창창한 20대 중반, 갑자기 발병한 병으로

전 직장을 잃고 몇 년간 투병생활을 했다.


통증으로 앉을 수 없어 누워서 강의를 들으며 공부하여,

결국 많은 사람들이 잘 됐다고 하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낙도 잠시,

지금 나는 집과 아주 먼 울릉도로 발령이 나

바다 한가운데서 울고 불며 또다시 고생 중이다.


앞으로 나에게 얼마나 큰 낙이 찾아오려고

또 이렇게 고생 중일까?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이제부터 이 말은

동그란 쳇바퀴 형태로 쓰였으면 좋겠다.



          고

   다            생

온                  끝

    이          에

           낙


고생과 낙은 이렇게 돌고 도니깐.

그게 우리 인생이니깐.


그러니까 지금 힘들다고 해서

모든걸 놓아버리지도 말고

갑자기 일이 잘 풀린다고 해서

너무 자만하지도 말자.


우리 인생은 날씨같아

흐린 날이 있으면 맑은 날도 있는법이다.




오늘의 울릉도 정보

✔️울릉도로 여행을 가신다면 봄~여름이 좋습니다. 늦가을~겨울에 작은 배를 탄다면, 위의 저처럼 됩니다.

✔️꼭 겨울에 가셔야 한다면, 멀미가 심하신 분은 무조건 큰 배를 타고 최대한 누워 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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