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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설 aka꿈꾸는 알 Apr 12. 2024

우리는 '롯데리아 울릉도점' 에서 회의합니다.

육지에 스벅이 있다면, 울릉에는 핫플 롯데리아가 있다

인생 처음 겪는 대환장 배 멀미로 인해

짐도 풀지 않고 잠들어 버렸다.


아침에 일어나서야 사택 내부가 눈에 들어온다.

직원 사택 겉면은

페인트 칠을 새로 해 깨끗해 보였지만,

내부는 확실히 낡았다.


벌레만 없다면 충분히 살겠지만

나는 귀신보다도 벌레를 더 무서워하는 사람이고.


더군다나 울릉도는 습해서 지네가 많다는데

육지보다 더 길고 징그럽게 생겼다고 들었다. 으으.

(인터넷에 울릉도 지네로 검색하면 나오기는 한다만

그냥 보지 마세요.)



그래서 곳곳에 약을 뿌려놓고

모기텐트 안에서만 자기러 했다.


내가 좋아하는 핑꾸 모기텐트

잘 때만큼은 벌레 걱정 없이 푹 자야지. 

잠이 보약인걸요.








아직 첫 출근을 하려면 며칠이 남아있다.


울릉에서의 첫 번째 스케줄은

같이 섬으로 발령받은 직원들과의 

친목모임 겸 회의였다.


우리의 사택은 언덕 꼭대기에 있었기에 

가게들이 밀집한 번화가를 가려면

등산처럼 오르락내리락해야 했다.


이렇게 얼음이 녹지도 않은 골목을 보면

그냥 마냥 한숨만. 휴우 =3


차라리 이불에 말려 김밥처럼 돌돌 굴러가고 싶다.

잘~말아줘~~ 뚜루뚜♪

잘~ 굴려줘어~~



3화에서 소개한 겨울 울릉 필수템!

아이젠을 운동화에 차고,

주차된 차나 벽을 잡으며 천천히 내려갔다.


하나 둘! 하나 둘!


밥 한번 먹으러 가는데

무슨 챌린지 하는 기분이네. 쩝.



육지에서 지인들을 만날 땐

보통 스타벅스, 투썸에 가곤 했다.

하지만 울릉에는 카페 프랜차이즈가 거의 없다.  


대신?

우리는 롯데리아로 간다!


출처: 네이버 거리뷰, 울릉군 도동 롯데리아 골목

처음 입점할 때 뉴스기사까지 나왔다던

'롯데리아 울릉도점'.


육지에서는 스벅에서 테이크아웃해 회사로 간다면,

우리는 롯데리아에서 테이크아웃을 한다.


살면서 한번 먹을 수 있을까 말까 한

'롯데리아 울릉도점'의 커피라니!!


정말 멋지지 않은가.

울릉 핫플 롯데리아의 커피


친구들에게도 롯데리아 테이크아웃 사진을

찰칵-찍어보내며


이렇게 말하곤 했다.

(자랑 후 가끔 현타 오는 단점 있음)



하지만 그렇다고 울릉에 뭐가 없을 것이라는 오해는 금물!

울릉도는 약 9천여 명이 사는 하나의 군이므로

없는 거 빼고는 다 있는 작은 도시이다.


울릉 핫플 롯데리아에서 직원들과

'처음 겪을 섬 생활 걱정(엄청남)+첫 출근 설렘'

을 얘기한 뒤,


울릉도 시내를 구경해 보았다.




1. 프랜차이즈

✅️ CU, GS 편의점은 읍면마다 있을뿐더러

거의 마트급으로 크다.

그래서 관광객과 주민들이 편의점에서 장을 자주 본다.

이게 너무 신기했음.

출처: 네이버 업체사진


울릉도의 어느 흔한 편의점 모습.

이런 통유리 바다뷰 편의점, 어디서 보겠냐고요.



✅️ 하나로마트도 읍면마다 있다.

대신 배가 오래 안 뜨면 야채나 생필품이 떨어짐.

육지보다 가격은 당연히 비싸다!

출처: 네이버 거리뷰


✅️ 카페 프랜차이즈는

컴포즈, 코페아, 모캄보가 입점해 있다.

출처: 네이버 거리뷰


하지만 워낙 울릉도의 개인카페들이 예쁘다 보니

대형 프랜차이즈가 없어도 별 신경은 안 쓰인다.


거의 대부분이 이렇게 바다뷰 카페인데

카페 상호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 다이소는 아니지만 비슷한 '다파라' 매장도 있어서

필요한 생활용품은 여기서 사면 된다.

출처: 네이버 거리뷰



2. 편의시설 및 공공기관

✅️ 은행업무를 보려면

농협은행/새마을금고/수협으로 가고


✅️ 퇴근 후 취미 생활을 즐길 곳들로는

네일숍/요가/태권도/피아노/줌바댄스 학원 등이 있다. 

(실제로 나중에 다님)


✅️ 아프면

보건의료원/한의원/치과로 가고


✅️ 군청/ 경찰서/ 119/ 교육청/ 세무서/ 법원 등기소/

선관위/ KBS/ 도서관/ 우체국/ KT/ 한전/ 건강보험공단 등

웬만한 관공서나 공공기관도 출장소형태로 다 있다.

울릉군청
울릉도 경찰차는 오르막 지형 특성상 대부분 SUV
울릉도 도서관 & 학교


그러므로 울릉도에서 일상생활은 큰 문제없음.


+ 인스타 감성 호프집에 노래방까지 다 있으므로

친한 직원들과 불금 보내기 완전 가능. 굿.


이렇게 울릉시내 탐방을 끝내고

얼음 산을 영차영차 등산해서 관사로 돌아왔다.


무슨 내가 산꼭대기에 사는 자연인도 아니고.

길이 얼어 차가 못 다니니, 외출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눈이 많이 오면 버스가 못 다닌다는데

출근 날은 제발 눈이 오지 않길 간절히 기도하며

힘겹게 잠이 들었다.




● 네? 제 배정업무가

다들 기피하는 일이라고요??


드디어 두근두근 설레는 첫 출근 날 in 울릉도.


1월 2일, 전 직원이 모인 회의실에서

신입들은 줄을 서서 임명장을 받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시키는 대로만 일하면 될 줄 알았지.


사람 키만큼 커다란 사물함 앞이 

바로 내 자리였다.

책상 위 종이에, 오늘부터 할 일이 가득 적혀있었다.   


알 직원 업무: 전 직원 급여 주고,

4대 보험 납부해 주고, 연말정산 총 작업 맡기



당장 직원들 급여 작업을...?  

아직 시스템 사용법도 가르쳐주지 않으셨으면서 

200여 명 직원들의 연말정산까지 슬슬 작업하라뇨.


뭘 알아야 슬. 슬.이라도 시작을 하죠ㅠㅠ.


나의 업무는, 모든 직원들이 기피하는 

'급여+연말정산+4대 보험' 

업무였다.


이런 업무를 해보셨다면 아시겠지만 민원도 많고

연말정산 기간에는 눈 빠지고 머리 터지는 자리이다.


(다들 기피하는 업무를

이제 막 들어온 신입에게 배정하는 회사들...

여전히 많겠지?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ㅠㅠㅠㅠ)


그렇게 근무 첫 주부터 나는

다른 신입 동기들과는 다르게

'야근+주말초과근무'까지 풀로 시작하게 되었다. 



나 홀로 정착한 망망대해의 섬에서 

깜깜한 사무실에 신규 혼자 밤까지 남아

다 퇴근해 물어볼 곳도 없어 울면서 업무를.       

                  

달빛아래 퇴근할 때면 폭설로 다니는 택시도 없어

눈이 푹푹 밟히는 언덕을 기어올라가다 넘어지며

만신창이가 되어 집에 도착.


아프면 청춘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너무 아프면 가혹하다.


지금 이 현실은 나에게 가혹하다.


육지에서도 이런 상황이면 힘들 텐데

가족 하나 없는 4면이 바다인 섬에서 이러니

나는 육지의 4배로 고달프고 서러워졌다.


나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오늘의 울릉도 정보◇

✔️울릉도에 가시기 전, 아래의 네이버 카페에 가입하면 유용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저도 입도 전 이 카페에서 도움받아 짐을 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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