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알 Apr 12. 2024

울섬사계 (울릉도 섬에서도 사랑은 계속된다)

청춘남녀 직장인들이 '섬'에서 '썸'타는 방법

급여 업무를 맡게 된 첫날부터

내 직장 생활은


.

.

.


© peterleong, 출처 Unsplash

웰컴 투더 헬.


따르릉 따르릉- 불나는 내 전화기.


"제 월급 통장을 바꾸고 싶은데요."

"연말정산 시 제가 부녀자가 맞는지 봐주세요."

"육아휴직에 들어가려는데 급여가 얼마나 줄어드나요?"


아직 회계 시스템 사용법도 배우지 못한 나에게,

각종 질문 세례들은 너무나 큰 부담이었다.



바로 답변을 하지 못해 포스트잇에 빼곡히 적어놓았다가

선배님이 화장실에 가셨을 때

그 앞에서 기다리다 여쭤보았다.


하지만 다들 바쁜 시기라 매번 그렇게 물어볼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모두 퇴근한 사무실에 혼자 남아

법령을 찾아보며 해결하는 일이 부지기수...




신규인데도 불구하고 매일 야근하는 게 안쓰러워 보였는지 

퇴근했던 몇몇 직원들이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간식을 건네주고 가기도 했다.


간식이라고 해서 빵, 초콜릿을 생각했다면 노노.


독도새우튀김!

이게 울릉도의 간식 스케일이다.


그렇게 사무실 내 책상에서, 밤 8시에,

인생 첫 독도새우를 맛보았다.

(갈수록 더 풍부한 독도새우 먹방기가 소개되니

앞으로도 쭉 많관부! 입니당 )








어느 날.


"알 쌤! 일이 많아도 체력은 챙겨야죠.

오늘은 우리랑 뷔페 가서 같이 저녁 먹어요~

울릉도에 맛있는 샐러드 바가 있대요."


그렇게 나는 여직원들을 따라

맛있다고 소문났다는 뷔페로 향했다.

그곳은 바로...




출처: 네이버 업체사진


그래... 기사식당이 그 지역의 진정한 찐 로컬 맛집이지.

암. 그렇고 말고.


직원이 말했던 '샐러드 바'='반찬 무제한 리필'이었다.

잠시나마 애슐리랑 빕스를 생각했던 나 자신이 무안.



나를 포함한 여직원 4명은 둘둘 마주 보고 앉아

직장 얘기를 주고받으며 맛있게 밥을 먹기 시작했다.


"야근하는데, 독도새우튀김을 주고 가시는 거예요. 그래서.."


"(갑툭튀 동굴 남자목소리) 와우, 정말요? 독도새우를?"



엥 뭐지? 우리 일행은 여자 4명인데.

옆을 보니 옆 테이블에 앉은 남자 4명이 

우리를 초롱초롱한 눈빛으보고 있었다.




"네네... 독도새우를... 요."

내 목소리가 그렇게 컸나 하는 생각에

갑자기 민망해 쭈굴.



"혹시 4분 다 울릉도에 공공기관으로 발령받아 오셨어요?"


일행 중 대장 같은 사내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고

우리는 서로 눈치를 보며 (뭐지? 하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잘됐네요."   (????)

대장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저희도 그렇게 울릉도로 발령받았습니다.

저기 언덕 위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엉겁결에 기사식당에서 8명의 모임이 되어버린

이 상황이 당황스러워 우리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런 분위기를 틈타

대장 남자는 우리에게 다시 한번 물어왔다.


"섬에서 누구 만날 기회도 잘 없고...

갑자기 섬에 발령받아 서로 공감대도 많을 텐데. 


4대 4로 오늘 같이 노는 거 어떠세요?"


.

.

.




우리들은 회사로 다시 가야했기 때문에

그 모임은 성사될 수 없었지만,

이번 '기사식당 사건'은 재밌는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요즘 MZ들은 풀파티나 클럽에서

모르는 이성과도 합석하며 즐겁게 논다던데.

© 5 tep5, 출처 Unsplash




울릉에서 그런 만남의 장소는...

바로 기사식당이었다!! 




+ 에필로그


업무를 하다 보면, 군청/소방서/세무서/은행 등

여러 기관에 전화해서 물어봐야 할 일들이 있다.


그날도 역시 한 관공서의 남자 직원분과

전화로 업무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퇴근 전 이렇게

'친하게 지내자는 내용'의 메일에 

+ 본인의 '카톡 아이디'

글 하단에 적혀 와있었다.



섬에서는 누구를 소개받을 기회가 적다 보니

이렇게 이성 친구를 만들려는 것이 

섬에 발령받은 육지 사람의 특징이구나.


어쩌면 서로 섬으로 발령받은 공감대를 나누다 보면 

이성친구를 사귀기가 육지보다 더 쉬울 수도 있다.


실제로 나처럼 이 곳에 첫 발령을 받았다가

울릉도에서 쭉 인연을 만들어 정착하고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고 계신 선배님들도 꽤 많은 걸 보면.



이렇게 섬에서도

청춘남녀의 만남은 계속 이루어지고 있었다.




(출처: sbs plus 홈페이지)


나는 솔로? No.

나는~섬으로!




(출처: sbs plus 홈페이지)


나솔사계? Nope.

울섬사계 (울릉도 섬에서도 사랑은 계속된다)


였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꺄아)





여기서 신규직원에게 드리는
실제 경험 직장 팁!



저는 밥먹듯 야근하는 신입이었기에

업무 외 다른 것은 일절 신경을 못써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런 연애사(또는 결혼사)를

시시콜콜 다 얘기하직원도 있어요.


일단은!

'그러지 마시라고' 하고 싶습니다.

특히 신입이라면 더욱 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직장이란 뒤에서 참~ 말이 많은 곳입니다.


본인의 연애/결혼 등 고민상담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 같아도,

어느새 그게 자신의 뒷담화로

퍼져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얘기를

말할까? 말까? 고민하게 만드는

직장동료라면

일단은 말하지 마세요!


몇개월 일하며 신뢰가 쌓이는

친구같은 믿음직한 동료가 생긴다면,

그땐 서로 이야기하며 의지해도 되겠죠?

직장에는 좋은 분들도 당연히 계시니깐요.





◇오늘의 울릉도 정보◇

✔️위 기사식당 사진에서 보셨듯이, 울릉도에서 꼭 드셔야 할 음식으로 따개비밥, 따개비칼국수가 있습니다.

홍따밥도 맛있고요.

울릉도 물가는 비싸기에 가격은 1인분에 15,000원~25,000원쯤 합니다. (식당마다 다를 수 있음)

이전 04화 우리는 '롯데리아 울릉도점' 에서 회의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