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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설 aka꿈꾸는 알 May 09. 2024

월급은 150도 안되지만 비싼 독도새우는 먹고 싶어

살면서 꼭 한번 맛봐야 할 이것들은

울릉도하면 항상 같이 떠오르는 섬이 있다.

바로 울릉군에 속한 섬 '독도'!


그런데 독도 하면 또 떠오르는 게 있었으니.

바로 귀하디 귀한 '독. 도. 새. 우.'


울릉도에 살게 된 이상

독도새우 한 번은 꼭 먹겠다고 다짐했건만

이런 나의 굳건한 결심에 큰 장애물이 있었다.


바로...

월급!

 

첫 달 내가 받은 월급은 정확히

2019년 기준 월급

149만 2천1백 원이었다. 


5년 전 대학교를 졸업하고

잠시 중소기업 무역회사에서 일했었는데,

그때 내 월급이 200만 원이었다.


그런데 5년이나 지난 이 시국에

나라로부터 받는 첫 월급이 150이 안된다니.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예전보다 떨어지고

5년 미만 공무원의 퇴사율이 급증하는 데에는


▪️소리부터 냅다 지르고 시작하는

무서운 민원인들 +

▪️하나하나 알려주는 사수 없이

혼자 엎어지고 깨져가며 일궈내는 업무 현실 +

▪️이 적은 급여가

한 몫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합격했다고 축하는 가장 많이 받았지만

그 축하들이 무색할만큼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의 월급이 가장 적으니 말이다.



관사에 꼭 필요한 가전제품만 사고

라면과 햇반 같은 비상식량들을 구비한 채

겨울이라 추워 사택 기름만 넣었는데

(*울릉도는 대부분 기름보일러를 썼음)


어느새 내 월급통장에는

삼의자리 숫자가 일의 자리 숫자가 된

마법이 일어나 있었다.


아 이런 마법은 싫다고오~!!

(*30대도 떼 잘 씁니다)



독도새우 한번 먹는데 10만 원이 넘으니

내 월급으로는

도저히 독도새우를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름의 고심 끝에.


월급은 너무나 적지만

독도새우는 한 번쯤 먹어보고 싶은 직원들을 모았고

우리는 더치페이로 독도새우를 먹거리 했다.


함께 먹으면 1인당 먹는 양은 줄어들지언정

찐 독도산 독도새우를 맛보는 영광은 누릴 수 있으니

손해는 아니었다.


'독도새우'라고 문 앞에 큰 글씨로 적혀있어

항상 군침을 삼키며 지나던 횟집에

그날 우리는 당당하게 들어갔다.


메뉴판의 독도새우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비쌌다.


울릉도에 가면 독도새우를 훨씬 싸게 먹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많겠지만

사실 울릉도에서도 그렇게 저렴하진 않다.


그만큼 독도새우는 육지에서나 섬에서나 귀한 존재.


(변동 가라 정확히 고시할 수는 없지만

이 글을 쓰는 시점으로 검색해 보니

대략 4인에 30만 원 전후이다)


우리에게는 그래도 더치페이라는 무기가 있었고

잠시 뒤, 도화새우/꽃새우/닭새우로 이루어진

3종 독도새우가 우리 앞에 나왔다.



활새우는 탱글탱글하고 싱싱한 식감이었고

익힌 새우는 평소에도 자주 먹듯 고소하고 맛났다.


우리가 먹는 새우의 머리는

다시 주방에서 맛있게 튀겨져서 나왔고

마지막 독도새우 라면까지 알차게 먹었다.



울릉도에서 독도산 독도새우를 맛보니

나는 가족들이 가장 먼저 생각이 났다.


'부모님께도 이 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그래서 나는 몇 달 동안

쥐꼬리만 한 월급에서 또 쥐꼬리의 꼬리만큼을 떼내어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부모님이 울릉도에 처음 입도하신 날,

명품독도새우 플렉스를 시연해 드렸다. 


근검절약이 늘 몸에 베인 부모님께서는

너무 비싸다며 몇 번이나 식당을 나가자 하셨지만


그래도 울릉도에서

가장 귀한 걸 대접해 드리는 게

울릉도 직장인 딸의 특권 아니겠나요? +_+



그렇게 우리 가족은 저동 촛대바위 뷰를 안주삼아

맛있는 독도새우 먹방기를 찍었다.


내 지갑은 텅텅 비었지만

마음은 뿌듯함으로 빈틈없이 빼곡하게 가득 찬

저녁이었다.






울릉도하면 사실 또 생각나는

더 유명한 수산물이 있다.


바로 울릉도 오징어!


부모님께서는 내 돈이 많이 나갈까 봐

오징어 회는 조금 저렴하게 먹어보자며

다음날 직접 어시장으로 나섰다.


울릉도 저동에는 이렇게 오징어배가 들어오면

어시장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싱싱한 오징어 3마리를 만원에 사셨다.

(이 또한 그날그날 가격 변동 있음)


여기서 사면 좋은 점이

회로 바로 먹을 수 있게 직접 손질을 해주신다는 것.


오징어 회가 담긴 검은 봉지를 달랑달랑 흔들며

쫄래쫄래 부모님을 따라 사택으로 간 나.



얼른 my 솔로 미니밥상을 펴드렸고

다같이 동그랗게 둘러앉아

오징어 회를 입안으로 넣었는데.


와우!! 보들보들한 식감!!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입안에서 샤르르 녹는

이것은 순두부인가 오징어 회인가.


그날 이후 나는 독도새우보다

오징어 회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울릉도에 살면서 나는

육지사람들의 각종 '울릉먹방편견'들

일일이 해명해야 할 때가 많았다.



▶️육지사람 Q.

울릉도에서는

독도새우를 질리도록 많이 먹는다며?


울릉직장인 알 A.

노우! 

위에서 말했듯이, 독도새우는 심해 깊이 살기에

울릉도에서도 역시나 귀해 가격이 있는 편이다.


그렇기에 과거 청와대의 국빈 만찬에도

독도새우가 올랐을 테지.



⚠️사실 정작 내가 질리도록 많이 먹은 건...

오삼불고기이다!


울릉도 한식집에는 거의 다 오삼불고기가 있다.

그러다 보니 회식메뉴의 80퍼센트는 오삼불고기.


처음에는 당연히 정말 정말 맛있었지만.

1년 뒤에는...


"오늘 회식도 오삼불고기야?

이틀 전 회식 때 먹은 거 아직도 뱃속에 있어..."


이렇게 되어버렸다는 슬픈 전설이.



▶️육지사람 Q.

울릉도에서는

직접 낚싯배 타고 잡아서 회 떠먹는다던데?


울릉직장인 알 A.

절반은 예스! 

회사 상사님들은 주말이나 새벽에

가끔 낚싯배를 어디선가 빌려 타시고는

만선의 꿈을  망망대해로 나섰다.


물론 직업이 아닌 취미이기에 많이 잡지는 못하셨지만,

그래도 수확이 좋으신 날에는

출근 전 잡으신 싱싱한 수산물을 직접 회로 떠서

직원들에게 브런치로 나눠주셨다.


이럴 때는 정말

'아, 내가 사는 이곳이 섬이 맞긴 하구나.'

하는 실감이 다.



그래서 나는 주위 분들에게

살면서 꼭 한 번은  울릉도로 먹방기행 가보시길

적극 추천하는 편이다.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잔'은 못하더라도

울릉도 가서 '갓 잡은 독도새우와 오징어 한점'


어때요? 둘 다 같은 섬이잖아요!



맛있는 거 먹고, 좋은 거 보고

게 바로 행복인 것을.




◇오늘의 울릉도 정보◇

✔️독도새우를 좀 더 저렴하게 드시려면, 직접 사 와 숙소에조리하는 방법이 있어요.

울릉 저동 하나로마트 골목에 저렴하게 파는 곳이 있어, 그곳에서 포장해와 직원들과 사택에서 직접 익혀 먹기도 했답니다.


✔️식당에서 주문 시, 활새우의 살아있는 느낌이 싫으신 분들은 독도새우를 익혀 달라고 요청해 주세요. 둘 다 먹어봤지만, 저는 생으로 먹기보다는 익혀먹는 게 훨씬 더 잘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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