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살아있음을 실감하기
전편에서는 ‘아무리 더럽고 지저분한 나여도 10분 만에 깨끗해질 수 있다는 것’이 내 마음을 청결하게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오늘은 수영 중, 그러니까 수영 강습을 받는 것이 우울을 씻기는 데 도움이 되는 이유를 설명하려고 한다.
먼저, 레일을 한 바퀴 도는 도중에는 아무도 나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수영 강습은 주로 오늘 연습할 동작을 이론으로 배우고 한 줄로 나란히 서서 한 명씩 출발하는 시간을 가진다. 한 바퀴 레일을 돌면서, 머리로 이론을 배운 것과 몸의 동작을 일치시키기 위해서는 오로지 ‘나‘에 대한 탐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수영을 배우는 모두가 ‘자신이 잘하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 외에는 아무것에도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나도 나에게만 집중하고 싶어 진다. 나의 팔 동작, 다리 동작 하나하나를 움직이는 데 몰두하게 된다.
또한, 중력의 작용을 받지 않고 떠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의외로 심신을 안정시킨다. 내가 이 순간만큼은 생물학적인 특성을 거스르고 있는 것만 같은 생경한 감각이 느껴진다. 수영은 특히 땀을 흘리지 않으면서 근육을 이완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다. 물과 동작의 결합, 둥둥 떠 있는 내 모습. 이보다 흥미로운 것이 있을까.
마지막으로,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물속에서는 꽤 오랫동안 숨을 참아야 한다. 숨을 오래 참는 것이 좋은 이유는 더 이상 숨을 참기 힘든 극한의 상황까지 나를 내몲으로써 물 밖으로 깊은숨을 크게 들이마셨을 때 속에서 느껴지는 두근거림의 반복이 내가 지금 살아있다는 증명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겨우 살았다’라는 안도감을 느끼는 것은 자기학대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나의 심장이 뛰고 있음을 생생하게 느끼는 경험은 모순적이게도 안심이 되고 후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