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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겨 내려가는 우울 (1)

7) 수영 전 샤워하기

by 망토 Aug 11. 2024

우울은 수용성이라는 말 진짜일까?


우울증에는 반신욕, 샤워, 수영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우울은 수용성’이라 ‘씻겨 내려간다’는 말이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이 말을 꽤 신뢰하는 편이다. 특히, 우울을 완화하는 데 수영이라는 운동은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앞으로 세 편을 나누어 그 이유를 설명해 보려고 한다. 오늘은 ‘수영 전 샤워하기’가 우울을 씻기는 데 도움이 되는 이유이다.


먼저, 수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빠르게’ 씻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기력할 땐 몸을 씻을 기운이 없다. 그러므로 잘 씻지 않거나 씻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런데 내 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자괴감과 실제로 몸이 지저분하다는 느낌은 기분을 다운되게 하는 데 한 몫하므로 이러한 행동이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이때 수영은, 정확히 ‘수영장의 느긋함 없는 일상’은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수영을 하기 위해서는 샤워실에서 매우 빠르게, 조금은 다급하게, 여유와 지체 없이 씻어야 한다. 샤워기가 제한되어 있는 샤워실에서 나 외에 씻어야 할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러한 이유를 생각할 틈도 없이 그저 그 공간 속에 속해 있는 것만으로도 빠르게 몸을 움직이게 된다. 주변 사람의 템포에 맞춰 늦장 부릴 새 없이 샤워에 집중하게 된다. 나는 평생 Bpm이 높지 않은 리듬을 갖고 살았는데, 수영장을 한정으로는 ‘행동이 빨라지는 나’를 경험할 수 있다.


또한, 그러한 샤워 과정에서 나에게 묻어있는 더러운 노폐물들이 이토록 순식간에 씻겨 내려갈 수 있었다는 사실이 심리적으로 도움이 된다. 아무리 지저분한 나였어도 내 몸의 모든 땀과 먼지들은 단 10분 만에 사라진다. ‘나는 생각보다 빨리 깨끗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명확한 사실은,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현재의 까마득한 괴로움에서도 어쩌면 곧 나아질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직감하게 한다. 나의 마음까지도 청결해지는 기분이다.


마지막으로, 기분을 결정하는 데 무시할 수 없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후각이다. 곳곳에서 번지는 다양한 샴푸와 바디워시의 향기는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취향이 아닐 수는 있어도, 좋지 않은 향기의 제품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여러 가지 향을 맡고 있으면 ‘이 향기는 과연 이 공간의 누구의 마음을 청결하게 해주고 있을지’ 그 근원지를 홀로 상상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레 잡생각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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