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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여름 Aug 01. 2024

슬럼프 줄넘기: 시간은 늘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

나도 나를 지킬 의무가 있어서

매미 소리가 알람을 자청한 여름 아침이 밝아옵니다. 눈부신 햇살이 얼굴로 내리쬐면 꿈을 끄고 잠을 깹니다. 이제 여러분은 일상을 보낼 준비운동을 이어갑니다. 여기서 잠깐, 하나를 빠뜨렸습니다. 그게 뭘까요?


스마트폰, 이어폰, 카드 등 챙길 게 꽤나 많습니다. (삼성페이 유저는 신용카드·체크카드가 아니라 보조배터리를 챙기죠) '오늘도 일찍 일어나 줘서 고마워! 어떤 일을 찾아갈지 무슨 일이 다가올지 아직 알 수 없지만 기대되네. 그럼 한 번 가볼까?' 우리가 꼭 챙기면 좋은 하루 준비물은 바로 스스로에게 건네는 감사와 인사입니다.




여러분이 처한 환경, 겪는 사람에 따라 갯벌에 양발이 푹푹 들어가서 안간힘을 써서 다리 한쪽씩 빼내는 심리적 상태에 놓이는 날이 있습니다. 마음이 바다의 밭을 벗어나더라도 묻어온 진흙이 질척거리다가 딱딱하게 굳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슬럼프가 이따금 우리를 잠겨옵니다. 외로워서 부족해서 생긴 공간은 밑으로 깊게 퍼지곤 합니다. 그렇지만 어딘지 모르게끔 하는 파도는 내일도 우리를 향해 밀려올 거고 넓은 밖의 세계관이 우리 안의 작은 세상을 알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익숙하게 보고 듣는 슬럼프 줄 넘는 방법 중에 "타인이 아닌 과거의 나와 비교하시라"든지 "매일 1줄씩만 넘어보라(근데 2단 뛰기(쌩쌩이)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든지 다양한 말이 있습니다. 당연해 보이는 것들도 새롭게 보고 싶어서 찾아와 주신 분들께 전했다가는 백스페이스나 딜리트 키를 누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모호한 감정이 밀려올 때는 얼굴을 그리는 (주간 회의시간에 1명씩 늘리는) 습관이 있습니다. 이름 짓기 불편하던 감정이 그림 속 표정에 고스란히 드러나서 신기해하곤 합니다.


정면으로 멀리 보기

이참에 넘어진 김에 쉬면서 정확하게 걸려 넘어뜨린 돌부리를 찾아 뽑아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즐기는 운동을 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장면 전환도 도움이 되는 순간이 있지만 결정적인 이유를 잡아내지 않으면 번아웃 상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뭐가 걸림돌인지 알기 어렵다는 분을 위해 제 이야기를 얹어볼까 합니다. 2023년 4번의 데이터 분석/비식별화 공모전에서 새로운 도메인을 엿보고 싶은데 수상도 하고 싶어서 잠을 줄이고 저를 갈아가며 준비했던 구간이 있었습니다.


외적인 성과를 거둔 일도 있었지만 종잇장 명함도 삶에 주는 무게가 있어서 사람과 경험치가 남은 일 이후에는 그 시간에 슬럼프라는 이름을 지어주곤 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사실은 1년이 흐른 여름 한복판에 서있는 저는 지난 과업으로 마음을 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마음속 구겨진 고민이 내년에도 이어질지 생각하다 보면 피기 쉬운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길을 잃고 마음이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 들때 하늘 위를 올려다 보는 건 어떤가요? 더운 숨을 몰아쉬는 일상이 지친다면 데일리 하늘 랭킹을 매겨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3중택1?)


도움닫기 멀리 뛰기

조건부로 자신을 존중하면서 자기 가치를 매기는 분이 계시다면 깨진 조건을 다시 붙여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스스로의 결점과 실수를 보완하려면 다른 사람에게 손을 잡아달라고 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고, 약속한 성과가 나오려면 지극히 어렵다는 점과 피하지 않고 다시 해봤다는 점에서 결과를 떨어뜨려놓더라도 자신감을 데려오기 때문입니다.


중심, 반기 성적표에 평행선을 그려온 본업의 일이 두 달을 지나 종착점을 향하고 있습니다. 오늘까지 제가 할 수 있는 온 힘을 다한 업무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주변 분들의 도움 덕분에 감사하게도 끝이 보입니다. (저희 실장님이 아랫것들은 늦게 남지 말고 집에 가라고 하셨답니다! 저희는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회사에서 자아실현]을 통해 여러분과 벌써 서른 번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브런치북 정책상 30편으로 발행을 제한하고 있어서 우리가 다시 만날 곳은 [회사원의 자아실현]이 되겠습니다. 브런치 글은 슬럼프 줄에 걸려 넘어질 만큼 쓰지를 않아서 한두 달 뒤에 돌아올 일은 없을 겁니다. (그저 정보처리기사 실기 시험공부로 지각한 것일 뿐)



슬럼프를 맞은 여러분께서 지금 공들이는 10시간은 언젠가 1시간으로 쓰일 준비과정일 수 있겠습니다.

1시간 쓰면 1분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은 늘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삶은 시험이 아닙니다. 우리가 관여하는 결정의 대부분은 수정할 수 있고 번복해도 되는 일입니다.

나를 본다는 것은 나의 경험을 본다는 것입니다. 신중한 것이 아니라 두려운 거예요.

- 한기연 작가님, 잠시 슬럼프였을 뿐, 더 괜찮아질거야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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