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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여름 Jul 20. 2024

오늘 커피 뭐 드실래요(2) 평일 편

시원한 커피의 달디쓴 얼음 조각들은 마음과 닮아서

여러분은 일리 호환 커피캡슐이 일리 캡슐 커피머신(Y3.3 E&C)에서는 추출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계신가요? 저는 이번 구매를 계기로 (다 사놓고 신나게 개봉한 다음에야) 일리 호환용은 네스프레소 커피머신에만 쓸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답니다.


반품도 안되기 때문에 새로 산 캡슐을 쓰기 위해서는 사무실에 어쩔 수 없이 (강한 압력으로 뭉쳐있는 원두가루를 적실만큼 캡슐에 구멍이 뚫리면서 기계와 결착되어 크레마가 쫀쫀하게 올려진 커피가 추출되는 우수한 기술력이 집약된) 뉴비 머신을 들여야 할 듯합니다.


막간에 일리 커피 14종 중 팀픽 최애 원두 맛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초콜릿이나 코코아향이 달콤하게 올라오는 진한 맛의 브라질과 인텐소 다크로스트 캡슐이 인기가 많습니다. 과일향이 듬뿍 나는 산미가 강한 맛은 다들 손이 가지 않으신가 봅니다. 이번 주문에는 캐러멜향이 은근한 깊은 맛의 과테말라 캡슐도 추가했답니다.


서론이 다소 길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현대인에게 커피가 주는 의미에 관한 이야기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6일의 침묵을 깨고 아왔습니다.

여러분이 선호하는 커피나 음료는 어떤 향과 무슨 맛을 품고 있나요? 자기 취향을 잘 간직하고 존중하면 외롭고 씁쓸한 순간도 버티고 넘어갈 때 마음의 도움닫기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사무실을 함께 쓰는 제 주변 부서 사람들이 마시는 커피 유형은 주문하는 종류가 점점 많아지도록 여러 양상을 보입니다. 가끔 취향에서 성향까지 엿볼 수 있어서 신기한 순간이 오곤 합니다.


여러분은 5가지 유형에서 어디에 해당되시나요?

(1) 60초에서 83초의 추출시간은 기다릴 수 있다는 캡슐파

(2) 카누와 같은 원두를 갈아 넣어 바로 마실 수 있다는 신속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스틱파

(3) 맥심 모카골드가 아니면(화이트골드 또는 라이트 버전 다 안됨) 의미가 없다는 오리지널파

(4) 카페에서 다른 분이 손수 내려준 커피가 최고라는 테이크아웃파

(5) 여름이라도 뜨거운 물을 커피필터에 내려먹어야 한다는 핸드드립파


3유형 분들 중에 이웃부서 과장님은 밥 대용으로 한 번에 3개씩 드셔서 (저희 주임님과 함께 살짝 놀랐지만)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 마음이 너무 긴장해서 몸에 힘이 들어가면 입맛을 잃는다고 하던데, 다음 주에는 다 같이 식사하는 건 어떠신지 여쭤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또한 슬픈 소식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돌아오신 저희 실장님이 나눈 4유형 커피의 의미가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만 같습니다. 어려운 이야기를 나눌 때도 앞에 놓인 커피의 힘은 긴장을 풀 만큼 생각하는 것보다 강합니다.

커피와 만났을 때 색다른 맛을 내는 음료들이 있답니다. 우유나 두유 외에도 유자차나 콤부차, 오렌지주스를 섞어마시면 고소한 맛 위에 상큼함이 자주 찾아옵니다.


오전에 마시는 커피는 일의 시작을 머리에 알리는 경보의 의미가 있다면, 점심시간 직후에 마시는 커피는 오후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이나 식사만으로는 아쉬워서 말을 이어가고 싶어서 옮겨보는 발걸음의 의미가 있답니다.(약속을 따로 잡았을 때 특히 커피는 후자의 이유로 활용됩니다.)


1유형인 제게 지금 커피 한 잔이 가지는 영향력을 물으신다면 출근 후 뿐만 아니라 퇴근 후에도 저를 책상에 앉힐 수 있는 과 그렇게 시작한 일이 진행되는 걸 지켜봐 주는 점이라고 답변드립니다.


여러분의 일상 속 커피는 어떤 의미를 띄고 있나요?

최근 기억에 남는 커피 에피소드는 없으신가요?


저는 주문한 커피를 (거의 다 가져왔는데 볼링할 때 스트라이크 치듯이) 모두 왈칵 쏟아서 카페 직원 분과 팀원 분들께 죄송했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서 손을 모으는 중입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으려고 조심, 또 조심하면서 살아가는 중입니다.

카페에 간혹 귀여운 인형들이 저를 반겨줍니다. 보자마자 기분이 좋아지는 걸보니 그 자리에 꼭 있어야 하는 존재들인가 봅니다. (매니저님, 치우지 말아주세요!)


카페인이 아니라면 이 글로 여러분을 찾아뵙기 쉽지 않았을터라 더욱 고마운 존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커피를 너무 많이 드시면 몸이 아플 수 있으니 한여름 여러분의 건강에 유의하셔서 장마 속 무더위를 식힐 정도로만 즐기시길 바라겠습니다.

내 혈관에는 피 대신 커피가 돈다.
어른이 되어서 경험한 인생은 커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썼다.
그래서 음료도 쓴 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좋았다.

- 최하나 작가님, 생존 커피: 커피 한 잔에 사회생활 단맛 쓴맛 中 -
"나무 고객님이시죠?" 도둑은 항상 제 발이 저린 법.
그 뒤로 닉네임을 바꾸었다. "트리로", 인생은 거기서 거기죠.

한 명이 벌떡 일어나서 나갔다. 결국 절교하는 건가 했더니, 문 앞에서 친구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나도 모르게 또 풉 웃었다. 너무 귀엽다, 청춘들. 그럼 나는 못다 한 일 더 하고 갈게. 잘 가.
- 권남희 작가님, 스타벅스 일기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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