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이라 여겼던 감정이, 사실은 나를 향한 가장 진실한 목소리였다.
어느 날, 나는 내가 아닌 누군가를 바라보다가 작게 부서졌다. 그 모습 그대로 축하해 줄 수 없었던 마음을 숨기려고 애썼다. 그날은 내 안의 조용한 방에 먼지가 흩날리듯 감정 하나가 일었다. 이름을 붙이면 질투였다. 나는 그 감정을 부끄러워했고, 지워버리려 했다. 그러나 지워지지 않았다. 아무리 눈을 감아도, 입을 다물어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또렷하게 울리고 있었다. 나는 그 울림 앞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질투는 말이 없었다. 대신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나 자신이었다. 나는 그 울림 앞에 주저앉았고, 거기에서 처음으로 내 안의 ‘결핍’을 마주했다.
질투는 누군가를 미워하게 만든 감정이 아니라,
내가 나를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는 조용한 신호였다. 나는 질투를 통해 나를 다시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타인의 빛을 부러워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내가 피우지 못한 빛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나는 나를 잊은 채, 누군가의 성공에 내 존재를 겹쳐보았다. 그래서 아팠다. 질투는 외부를 향하는 것 같았지만, 끝내는 안으로 흐르고 있었다. 나는 그 감정을 따라 내려갔다. 그리고 바닥에서 나를 만났다. 질투는 내가 가진 것만을 비춘다. 질투는 나에게 없는 것을 들여다보게 하지 않는다. 내가 이미 가지고 있으나, 아직 꺼내지 않은 것을 흔든다. 나도 그와 같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를 부러워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아예 그 빛을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그 진실 앞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숨을 쉬는 것도 잊은 채. 누군가를 질투한다는 것은, 내 안에도 같은 능력이 존재한다는 신호였다. 질투는 내 안의 가능성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오래 걸렸다. 처음에는 부끄러웠다. 스스로를 나약하다고 느꼈고,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질투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나는 이미 그곳에 닿아 있었다. 다만 아직 나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나는 질투를 통해 알게 되었다. 나는 갈망하고 있었다. 남의 인정을 갈망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잠든 가능성이 깨어나기를. 나도 무대에 서고 싶었다. 나도 나의 이름으로, 나의 빛으로 살아가고 싶었다. 나는 오랫동안 남의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이었다. 박수를 치고, 부러워하고, 한없이 멀다고 느꼈다. 그러나 그것은 멀지 않았다. 그것은 내 안에 있었다. 질투는 내 손안에 이미 쥐고 있는 것의 그림자였다. 나는 내 안의 질투를 부드럽게 만졌다. 뜨겁고 투명한 돌덩이처럼, 조심스럽게 쥐었다. 그리고 속삭였다. 너를 버리지 않겠다고. 너를 부끄러워하지 않겠다고. 너를 통해 나를 다시 살겠다고. 질투는 조용히 웃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질투는 사랑이었다. 질투는 내가 나를 살아가고 싶다는 가장 인간적인 신호였다.
나는 질투를 통해 내 진짜 소원을 보았다. 비교가 아니라, 진짜 나로 존재하고 싶은 소원. 따라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열어 피우고 싶은 소원. 나는 그 소원을 품고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내 안에 물었다. 지금, 나는 무엇을 갈망하고 있는가. 답은 명확했다. 나는 나를 살고 싶다. 나는 내 언어로 말하고 싶다. 나는 내 목소리로 노래하고 싶다. 나는 내 방식으로 세상을 쓰다듬고 싶다. 남의 방식이 아닌, 남의 리듬이 아닌, 나만의 심장 박동으로. 나는 더 이상 남들의 박수에 목마르지 않았다. 나는 나를 향해 나아가는 박수소리를 듣고 싶었다. 질투는 그것을 가르쳐주었다. 나는 그것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그저 받아들이면 되었다. 나는 질투를 따라 걸었다. 걷다 보니, 질투는 사라지고 있었다. 남은 것은 갈망이었다. 숨겨두었던 소망이었다. 깃털처럼 가벼운 고백이었다. 나도 빛나고 싶다. 나도 내 빛을 세상에 내고 싶다. 나도 나를 숨기지 않고 살아보고 싶다. 나는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질투는 더 이상 내가 숨길 감정이 아니었다. 질투는 내가 내게 거는 작은 약속이었다.
나는 나를 밀어낼 수 없다. 나는 나를 포기할 수 없다. 나의 빛은 남과 비교할 수 없는 고유한 것이기에. 다른 이의 빛을 부러워할 이유가 없다. 나는 나로서 빛날 것이다. 나는 내 시간에, 내 속도로, 내 방식으로 나를 살아낼 것이다. 나는 더 이상 타인의 성공을 나의 실패로 읽지 않는다. 나는 더 이상 남의 박수를 나의 부족함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나는 나의 길을 걷는다. 때로는 느리고, 때로는 멈추고, 때로는 넘어질지라도, 나는 끝내 나를 향해 걷는다. 질투는 그 길에 놓인 이정표였다. 너는 여기서 머물 사람이 아니야. 너는 걷고 또 걸어야 해. 너는 네가 되어야 해. 나는 그 메시지를 받아 쥐었다. 그리고 한 걸음씩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직 작고 투명한 빛을 품고서.
세상은 내게 속삭였다. 질투를 넘어서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사랑이라고. 나는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남들의 빛을 부러워하는 대신, 내 안의 빛을 깨우기로 했다. 그리고 그것을 세상에 조용히 놓아두기로 했다. 아무런 설명도, 변명도 없이. 그냥, 그렇게 살아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