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알콜 맥주와 디카페인 커피

대안 2: 술자리와 카페를 두려워하지 말라

by 블루문

무더운 날들이 계속되었다.

하루종일 후텁지근, 실내에서 에어컨 그늘아래 쉬다가 집에 와서 씻고나도 계속 덥다.


이런 밤에 내가 선택하는 음료는 무알콜맥주이다.

하루 전에 냉장고에 넣어두면 24시간 섭씨 2도에서 숙성된다.


갈증으로 목이 탈 때 꺼내어 한 모금 들이킬 때의 그 짜릿함+기쁨+충만함+만족감+청량감=행복감이다.

흔히 알코올 빠진 맥주가 맥주냐고 묻는 분들에게 나는 항변한다.


"열대야에 맥주를 마시면 잘 때 몸에서 열기가 올라와서 더 덥습니다. 잠을 설칩니다. 게다가 몸안에서는 지방을 분해해야 하는데 알코올을 분해하기 때문에 지방이 몸에 더욱 쌓이게 됩니다. 그렇기에 맥주의 청량감과 타는 목마름을 동시에 충족시키면서 몸의 온도를 낮춰주는 이 맛을 저는 사랑합니다. 밑에 효모가 가라앉아있기 때문에 마지막에 흔들어 주는 건 센스죠."


무알콜 맥주를 알게 된 건 십 년 전 비엔나 출장에서였다. 낮에 햇볕이 따가운 시내를 걷는데 사람들이 앉아서 맥주를 먹는 게 아닌가.

'오, 이 사람들에겐 맥주가 음료구나'라고 생각하고 따라 해보고 싶었다.


'저 사람들 마시는 거 주세요' 그런데 마셨더니 오묘한 맛이었다. 맥주는 맥주인데 맥주는 아닌.

맥주맛은 나는데 얼굴이 붉어지지 않는.


나의 무알콜 맥주 사랑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물론 일반 맥주, 특히 독일 생맥주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지만, 요즘같이 더운 밤, 혹은 건강 때문에 맥주를 일정기간 멀리해야 할 때 ‘맥주 없이 무슨 맛에 사나?'라는 절망을 90% 해소해 주는 무알콜 맥주는 참 고맙다. 마찬가지로 카페인의 농도가 너무 높아져서 불편할 때나 저녁에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 디카페인 커피는 훌륭한 친구가 된다.


따져보면 인생도 그렇다.

찾아보면 대체가능한 것들이 많다.

알코올 없는 맥주와 카페인 없는 커피.

특히 임산부들에겐 더 없는 구원이 된다.


이들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욕망대체제로서 훌륭한 역할을 한다. 신기한 게 어떤 때는 디카페인 커피를 마셔도 졸음이 사라진다. 플라세보 효과일까?


직장에서 드러나지 않는 어떤 사람은 좀 싱거워 보이고 개성이 잘 보이진 않지만, 조직생활 전체의 그림에서 그의 보이지 않는 수고가 작은 빈틈을 메우는 큰 역할을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동시에 주류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 하나의 길이 막히면 금세 절망하게 되지만, 주변을 잘 둘러보면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데 큰 위안을 받게 된다.


무알콜 맥주나 디카페인 커피는 그런 존재다. 나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싱거운 농담으로 독이 오른 세상을 순화시키고 싶다.

늦은 저녁 디카페인 한 봉지를 풀었다.

커피 향은 피로에 지친 하루를 충분히 응원하고도 남았다.


그러니 술과 커피를 못 하시는 분들도 다 대안이 있다. 피하지 말고 맞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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