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백색소음과 뱃살의 상관관계

D+339

by 라피

아기는 7개월 전후부터 고집이 생기기 시작하며, 잠을 자지 않고 버텨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제 막 11개월 차, 잠들 시간이 한참 지나 각성 상태가 되었는데도 아기는 버티고 있었다. 이미 비몽사몽인데도 어떻게든 놀고 싶어 벌떡 일어나 비틀거리며 눕고, 눈을 비비며 뒹굴었다.


삼십 분이 지나고, 열댓 번을 더 눕혔는데도 오뚝이처럼 발딱 일어나는 아기를 보며… '빨리 자! 얼른 자라고! 왜 안 자!!!' 하는 말이 목까지 차올랐다. 그것도 모르고 아기는 까르르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 말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심호흡을 했다. 그래, 뭘 알겠어. 세상이 재미있어서 더 놀고 싶은 거겠지…


답답한 마음에 크게 숨을 들이마시자, 내 숨소리가 어릴 적 들었던 백색소음처럼 들렸나 보다. 흡- 후-, 흡- 후- 하고 있는데, 아기가 스르르 자리에 눕더니 작은 손으로 내 손을 잡고 꼼지락거리기 시작했다.


오호라, 이거 괜찮은데?


숨을 더 크게 들이마셨다가, 쉬- 소리를 내며 끝까지 내뱉었다. 예전에 봤던, 뱃살을 빼고 복직근이개(임신·출산으로 벌어진 배 근육)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호흡법이었다. 더 이상 숨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배꼽이 등에 닿을 듯 당겨질 때까지 내쉬었다.


그렇게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잠든 아기의 새근새근 한 숨소리가 들려와 손을 살짝 빼냈다. 그제야 비로소 자유가 되었다.


문득, 지금껏 해온 명상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함이 올라왔다는 것을, 화를 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그래서 명상하듯 호흡을 시작했더니, 괴로웠을 시간이 오히려 평온하게 지나갔다.


호흡은 명상의 가장 기본적인 연습이다. 특별한 기술이나 도구가 필요하지 않다. 들숨과 날숨, 그 단순한 리듬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신경계가 안정되고, 감정의 파도가 조금은 잦아든다. 짧게는 세 번, 길게는 열 번만 해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많다. 아기를 재우는 순간이 나에게도 짧은 명상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아쉬운 점은,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매일 밤 아기를 재우며 복식호흡을 했더라면 뱃살이 조금은 빠지지 않았을까? 임신·출산으로 붙은 살은 돌이 지나면 잘 빠지지 않는다는데… 벌써 시간이 임박해 버린 것 같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01화오늘도 명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