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부족한 엄마라서

D+365

by 라피


최근 몇 년 애착유형 관련 언급이 늘은 듯하다. 그에 따르면 나는 회피형 애착이다. 잘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의 일들로 애착유형이 만들어진다는데, 그간의 나의 행동패턴을 보면 비교적 정확해 보인다. 그래서 결혼 전에는 두려웠다. 결혼했다가 내가 도망가고 싶어지면 어쩌지? 아기가 생겼는데 그러면 어쩌지? 그런 두려움도 명상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나는 오래도록 변치 않을, 사랑으로 굳건한 가족을 원했던 것 같다. 그러자면 나부터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엄마가 되기 한참 전부터 걱정을 할 정도였으니, 이것 말고도 부족한 게 차고 넘친다. 젊은 시절엔 외면하고, 모른 척 지낼 수 있었다. 그 영향을 나 혼자만 감당하면 됐으니까.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기가 생긴 후에는 그 영향을 가장 사랑하는 남편과 아기가 받게 되니, 이걸 명확히 인지하고 받아들이며 조금씩이나마 개선해 나가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만 한다.


어떤 면에서는 자격지심이 있다. 어떤 것들이 트리거가 되고, 무엇이 나를 작아지게 만들며, 어떤 행동패턴을 보이는지...


예민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집중하던 중에 방해받을 때,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불확실성이 높을 때, 심리적 갈등상황에 놓일 때... 그 말고도 많겠지.


감정이 이성을 흔들어 버릴 때도 많다.


이런저런 흔들림의 순간마다 내 마음은 여전히 휘청이지만, 명상을 알아 다행이다 싶다. 아, 잠시 명상이 필요하구나 하며 내 상태를 알아차린다. 시간을 내 명상을 하며 몸이 어떤지, 마음이 어떤지, 감정이 어떤지, 생각이 어떤지 가만히 살펴본다. 이런 순간에 나의 습관적인 반응패턴에서 벗어나,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싶은지 고민해 본다.


이 과정은 어렵고도 피하고 싶다. 부끄럽고, 힘이 들기도 하고, 또 때로는 다 던져버리고 감정을 그대로 분출해 버리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작고 여린, 아직은 너무도 순수한 아기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다. 내가 올바로 서야 우리 아기가 따뜻한 볕 속에서 자랄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야. 마음이 따뜻하고 단단한, 많은 것들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면서도 굳건한 아이로 자랄 수 있을 거야, 생각해 본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03화사랑스러운 아기도깨비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