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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해단 Oct 04. 2023

무알콜 맥주

엄마는 대학병원에서 퇴원 후 복직하기까지 집에서는 있지 않을 거라 말하셨다. 집에 있으면 밥, 집안일 모두 신경쓰이는 것 투성이라고. 결국 집에서 20분 거리의 작은 의원에 입원하셨다. 그 병원에는 항암하는 환자들이 많았다. 다들 집에서 요양하기는 쉽지않으니, 엄마처럼 병원을 택했을 거다.

그 당시 코로나19로 세상이 들끓었다. 그로 인해 보호자 상주는 금지였고, 나는 일주일에 3-4번 정도 엄마와 면회를 했다. 나는 그 때마다 같은 병실 아줌마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얼마나 답답한가. 좁은 병실에 모르는 사람 셋이 쓰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마스크도 하고 있으라고 하지. 산책할 만한 곳은 조그마한 옥상 하나, 그 마저도 정해진 시간이 있지. 마치 병원이 아니라 감옥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아줌마 셋은 원장님과 간호사선생님께 간곡히 부탁했다고 한다. 사실 내가 듣기에는 애교와 투정이 섞인 아줌마들의 귀여운 생떼였다.

"제발, 제발 외출 좀 하게 해주세요. 조금이라도 바깥 공기 맡고 싶어요!"

결국 원장님은 바로 앞 대형마트까지 거리를 제한하고, 1시간만 다녀오라고 허락해줬다고 한다.


한시간 뿐이지만 그게 어디야!

아줌마들의 작전이 성공했다. 키득거리며 쾌재를 불렀지만, 곧이어 한 껏 부푼 마음과 쿵덕거리는 마음을 감춰야했다. 다른 환자들에게 들키면 안됐기 때문에 은밀한 작전을 하듯 조용히, 고요히 움직였다.


나가서 할 수 있는게 무엇이 있었겠나. 그저 대형마트 구경하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병원안 병실이 아닌 다른 공간에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다고 했다. 모두가 일상적으로 다니는 그 대형마트가 누군가에겐 최고의 도피처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리저리 마트를 돌아다니다가 세 아줌마는 무언갈 발견했다.


바로 무알콜맥주.

무알콜 맥주는 한 껏 반짝이며 자신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들은 이거다! 싶어 무알콜맥주를 들고 부리나케 결제했다. 마치 미성년자가 술을 몰래 사는 것 마냥, 혹시나 들킬까 품에 고이 숨겨 병원으로 갔다. 데스크가 있는 입구를 지나, 환자들이 다니는 복도를 거쳐, 병실로 들어왔다. 평소엔 그렇게 지루하던 병실이 우리만의 아지트로 변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항암과의 싸움, 지루한 병원 생활의 속에서 무알콜맥주를 만난 순간 도파민이 그들의 온 몸을 지배했다. 캔을 따자 치익- 하는 그 무엇보다 경쾌한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해주었고, 입에 가져다 대고 기울이는 순간 터지는 탄산들이 혀를 춤추게 했다. 엄마는 원래 술을 즐기는 사람도 아니었지만, 그 맛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이 날의 맥주는 엄마의 마음에 뿌리깊게 내려 앞으로의 똑같은 나날에 살며시 꺼내 볼 수 있는 재밌는 추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매일이 즐거울 수는 없지만 때때로 즐거울 수는 있다. 그 '때때로'의 기억은 평범한 나날을 보내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그저 평범하게 지내라. 매일의 일상을 똑같이 보내도 된다.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그 '때때로'가 나를 찾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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