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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해단 Oct 04. 2023

마침표

아침 일찍 병원에 도착했으나 우리는 아빠를 보러 들어갈 수 없었다. 아빠가 더 응급상황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곧이어 언니네 부부가 도착했고, 기나긴 대기의 시간이 시작됐다.


대기시간이 점점 길어지자 식사시간이 되었다. 그 장소에 있는 그 누구도 식사를 챙기고 싶지 않아했지만, 엄마는 자신이 병실 앞을 지키겠다며 얼른 가라고 했다. 언니네 부부와 함께 근처 식당에가 음식을 주문하자마자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사장님께 죄송하다고 취소해달라고 부탁한 후 신발을 신고 뛰기 시작했다. 언니와 나는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 없었다. 둘이 손을 꼭 잡고, 터질 것 같은 심장소리를 들으며 발을 빨리 했다. 너무 무서웠다. 


중환자실 앞은 하얗게 고요했다. 아니, 나만들을 수 있는 심장소리로 시끄러웠다. 주변의 아무 소리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중환자실의 문이 열리고 저 멀리 노오란, 개나리 색의 사람이 보였다.


아빠였다.


아빠는 내가 알던 모습이 아니었다. 바보같이 웃으며 내 이름을 부르던 아빠가 아니었다. 눈을 뜨고 있는데 살아있지 않았다. 눈의 흰자는 샛노란 이물질로 덮혀있었다. 배불뚝이라고 놀리던 배는 상상이상으로 더더더 튀어나와있었다. 항상 자랑하던 팔 근육과 허벅지 근육이 있던 자리에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살하나 없이 말라있었다. 

그 무엇보다도, 노란색이었다. 개나리 같이 노란 사람. 


그저 눈물만 줄줄 흘렀다. 내 소중한 아빠가 이렇게 변했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렷한 내 아빠였다. 엄마와 언니, 나 모두 소리내 울었다. 


어딘가에서 이러한 글을 본 기억이 있다. 사람은 죽고나서도 몇분 동안은 청력은 살아있다고. 그 글이 생각났기 때문일까. 아빠의 귀에 대고 사랑한다고 읊조렸다. 많이 사랑했다고, 너무 고생했다고. 나의 아빠로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제발 마지막에는 좋은 기억만 남기고 떠났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마음을 담아 몇 번이고 읊조렸다. 


그러고는 곧이어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20**년**월 **일, **시 **분, 000님 사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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