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일상을 사는 방법
- 공황장애입니다. 대학 병원에 가 보시는 게 어떨까요?
황당한 의사의 말이었다. 공황장애는 연예인이 걸리는 병이 아닌가. 나는 최선을 다해 일을 해내고 있고, 주변 사람과도 쾌활하게 지내고 있었다. 다만, 가끔 숨이 막힐 뿐이었다. 종종 가슴이 답답하게 뛰었을 뿐이고, 그보다 자주 잔기침이 날 뿐이었다. 나는 의사에게 항변하는 대신, 조용히 대학 병원을 예약했다. 의사의 진단을 받아들이지 못했음에도 대체로 나의 아집보다는 전문가의 말이 맞는 경우가 많으니까.
몇 주 간의 대학병원 진료와 긴 심리검사가 이어졌다. 결국은, 나는 공황장애를 인정했다. 그때쯤 나는 더 자주 숨이 막혔고, 매일 기침을 했다. 직장에서 과호흡으로 몇 번이나 발작을 했으니까. 나는 완전히 패배한 것이다. 내가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 일은 버거웠다. 버겁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더 부딪혔다. 부딪히니 깨질 수밖에. 의지가 멈추지 않자 내 몸이 나에게 제동을 걸었다. 그만 내려놓고 인정하라고. 너는 완전히 패배했다고.
패배와 승리는 전쟁에서 쓰이는 단어이다. 오랜 옛날부터 중국에서 전해지던 한 병법서에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서른여섯 가지의 방법을 다루었다. 그중 마지막 병법인 제36계는 말한다. 튀어라! 도망치는 것은 아주 훌륭한 군사적 전략이자 판단이다. 그래, 나는 옛 선조들의 지혜를 변명삼아 도망치기로 결정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상사를 찾아갔다.
- 일 년 동안 휴직하겠습니다.
휴직계를 제출했다. 스스로 판단하고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그러니 자기 주도적으로 도망쳤다고도 할 수 있겠다. 도주, 여기에서 내 이야기는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