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일상을 사는 방법
5월과 6월의 밤바다는 특별하다. 까만 밤바다를 푸르게 빛내는 야광충을 볼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야광충이 나오는 조건은 까다로운 편이라, 보는 게 쉽지만은 않다. 인스타그램에서 소수에게만 공유되는 실시간 정보가 있어야 볼 수 있었다.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낭만적인 풍경을 독차지하려는 심보가 그렇게 마음에 들진 않아서, 여기에나마 공유해보고자 한다.
* 야광충은 5월과 6월 서해 바다에서 출몰한다. 길게는 4월부터 10월까지도 출몰하기도 하는데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 주로 잘 보이는 장소는 서천 비인해변, 홍원항, 춘장대이다. 서천 춘장대 해수욕장은 관음해룡사 앞이나 무지개다리 및에서 관측이 가능하다. 화장실이 있는 해수욕장이라 간편하기도 하다. 서천 홍원항은 ‘청해수산’을 내비게이션에 찍고 가면 좋다. 절벽 아래로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위험한 편이다. 월하성 어촌 체험마을은 주차장이 넓고 화장실이 있어서 좋지만, 갯벌 출입 금지이다. 서천 비인해수욕장은 길을 따라 주차할 곳이 많았고, 역시 간이 화장실이 있었으나 물이 빠지면 완전한 갯벌이 되어 간조 때 야광충을 관찰하기는 어려웠다.
* 수온이 20도를 넘거나, 비가 오는 날이면 야광충의 개체수가 확 줄어든다. 때문에 비 온 뒤 하루에서 이틀까지는 관찰하기 어렵다.
* 야간 만조 시간을 기준으로 2시간 전쯤 가면 볼 수 있다.
* 실시간으로 야광충 출몰 장소를 보고하는 오픈 톡방에 들어가면 좋다. 실시간으로 목격되었다는 정보를 받고 그 장소로 바로 이동하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은 비밀번호가 걸려 있는 것으로 안다. 정말 야광충을 보러 갈 생각이 있다면, 톡방을 공유하고자 한다.
* 달빛이 강하면 야광충의 빛이 잘 안 보일 수 있다. 적조 경보가 뜬 바다일수록 야광충이 보일 확률이 높다.
금요일 저녁, 9시가 넘어 약속이 끝났다. 집에 돌아가기까지 3시간 이상 걸리는데, 야광충을 보러 서천을 들렀다 가면 집에는 새벽 두 시는 되어야 도착할 요량이었다. 집에 가서 쉴 것인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야광충을 보러 갈 것인가. 갈등을 하다가 서천으로 차를 돌렸다. 덕분에 늦은 밤 산길을 따라가는 길도, 모여든 야광충에 흥분하여 신나 하는 연인들의 모습도, 밤바다를 반짝이는 푸르른 빛도 볼 수 있었다. 낭만에는 품이 드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