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내뱉고 폭풍의 눈 속으로

퇴사 처리 후 나는 투명인간

by 덩실


언니 근데 그 이후로 사람들이 너무 착해졌어


동생의 퇴사 소식이 위로 전해 전해져 정말로 그 윗 상사한테 한 소리 들은 것인지 동생의 사수는 정말 온순해졌다. 너무 수고했다며 퇴근 후 날아온 따뜻한 문자. 생소한 변화에 동생은 오히려 불안하다고 했다.


정퇴를 앞둔 아빠는 사람들이 원래 퇴사자는 그냥 조용히 일하도록 두는 관례가 있다고 했다. 나도 동의했다. 내가 퇴사를 뱉은 후 그 삼 주는 정말 폭풍의 눈처럼 고요했다. 이렇다 할 휘몰아치는 일도 줄었다. 일도 더도 덜도 말고 마치 투명인간처럼 마치 퇴사라는 말이 없었던 것처럼 스르륵 지나갔다. ( 물론 내가 사무직인 것도 있다.) 아빠 말처럼 어차피 나갈 사람이니까 라는 생각이 모두에게 퍼진 것 같았다.


역시 예외 없이 동생의 동료들은 차분해졌다. 그때 누구 하나 잡아먹을 듯 달려드는 사람들은 모두 순한 양이 된 것처럼 질타 하나 하지 않았다. 일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다시 동생의 얼굴이 밝아졌다. 내가 처음에 봤던 동생의 환한 얼굴. 다시 보니 참 기분이 좋았다. 며칠 새 사내 분위기 눈치로 몇 날 며칠 밤을 새우며 쪽잠을 자고 친구 만날 시간 하나 없이 일 잠 일 잠만 반복해서 우리 가족 모두들 걱정했었다. 괴롭히는 사람이 없으니 일도 훨씬 수월하게 하고 예전처럼 좋아진 생활 패턴이 되어 기뻤다. 퇴사의 덕분이었다.




몇십 년 간 일한 퇴사를 아빠는 그만두게 되었다. 우연히 한 달에 두 개의 퇴사를 앞둔 우리 가족이었다. 아빠의 퇴사는 우리와 달랐다.


자유 또는 나를 위해 그만두는 우리 세대의 젊은 퇴사와 달리 아빠의 퇴사는 오랫동안 염한 자유 그리고 경제적 소득을 잃는 또 하나의 걱정거리 두 개를 겸하는 복잡한 의미의 퇴사이기 때문이다.


아빠의 퇴사는 세대가 달라짐에 의미가 크게 달라지는 것처럼 본인의 행복이나 건강은 뒤로 젖힌 채 가족의 안위, 생활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었다. 퇴사를 앞둔 아빠의 모습은 조금 걱정이 있는 표정이었다. 우리는 아빠의 노고를 알기에 일단은 마음 놓고 쉬시기를 권유했다.


이처럼 퇴사는 다른 의미를 지녔다.




아빠의 퇴사파티는 크게 두 가지로 이루어졌다. 가족들이 주최하는 행사 그리고 회사 팀원들이 준비한 송별회


아빠의 송별회에서 아빠는 회사 직원들의 영상편지와 작은 선물, 그리고 소정의 돈을 받았다. 나의 퇴사를 떠올리니 고작 3년 동안 다녀 이렇게 상대적으로 성대한 행사를 보니 아빠의 그동안의 노고가 보이는 듯했다.

아빠의 평생을 바쳐서 다닌 회사. 이곳을 떠나는 아빠의 마음은 어떠할까.


우리가 준비한 가족행사에서 우리는 이렇게 개인적으로 아빠의 그동안 수고를 맞아 상패와 현수막을 준비했었다. 아빠가 막 회사원이 되었을 때 우리 나이보다도 어려서 풋풋했던 모습은 상패 속의 얼굴과 대조되었다. 어떻게 보면 아빠의 평생. 일생을 잃은 아빠는 시원해 보였지만 내심 막막해 보였다. 앞으로 대략 회사 다닌 만큼의 남은 일생이 아빠의 앞에 놓여있었다. 자식을 위해 달려왔던 평생. 자신의 기분이나 건강은 뒤로 한 채 그저 묵묵히 회사만 다닌 아빠. 목적을 잃어버린 아빠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한편 동생의 퇴사 처리는 한 달씩이나 걸려 완성되었고 이제야 곧 동생은 퇴사하게 되었다. 그동안 동생의 퇴사를 지켜봐 준 독자들에게 고맙고 다음 메인에 걸려 잊지 못할 짜릿함을 선사해 준 에디터에게 감사한다.

다음번 한국을 돌아올 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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