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에게
L에게
나의 귀여운 동생 L. 어느새 창 밖으로 눈이 내리는 계절이 찾아왔다. 너를 알고 만나게 되었던 그 계절로 돌아와, 문득 내가 지쳐 늘어져 있을 때마다 화장 지워준다며 애교 부리던 네가 생각이 나. 내게 너 같은 동생이 있었다면 나의 하루는 또 어떻게 달라졌을까 가끔 상상해보곤 해. 오늘도 잔뜩 쌓인 할 일을 앞에 두고 잠시 네 목소리를 잠시 들으며 힘을 낸다. 언제쯤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이제 고작 우리의 인연은 이제 고작 1년 남짓 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에게도 십수 년이라는 시간이 쌓이는 날이 오겠지? 사람의 인연에 시간은 큰 의미가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뒤돌아 보니 이만큼이나 쌓여있더라 했을 때의 뿌듯함도 있잖아. 그 사람의 어린 시절을 알고 있다는 것도 특별한 기분이고 말야.
있잖아, 나는 딱 네 나이 때 10년 뒤를 기다리기 시작했었어. 10년 뒤를 기다려야 했던 나름의 이유도 있긴 했지만, 마음이 참 복잡했거든. 그날이 언제나 올까 싶어서 지치는 마음, 그때가 되면 난 무얼할까 설레는 마음, 막상 그날이 왔을 때 내가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부족한 사람이면 어떻게 하나 겁나는 마음. 그러다 보니 10년이 지나있었어.
네가 보기에 난 어떤 사람일까. 언젠가 나처럼 살고 싶다고 말했었으니 보기에 그리 나쁘거나 부족해 보이진 않았던 모양이지. 내심 다행이란 생각을 했었어. 나의 지난 10년은 도약하기 위해 웅크린 개구리와 다르지 않았거든. 뭔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제법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은 법이니까 말야. 10년은 참 긴 시간인데도, 내가 목표하는 것들을 늘어놓고 나면 10년이 결코 길지 않았어. 오히려 내가 다 이룰 수 있을까 촉박한 마음이 더 컸어. 그렇게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그래도 자꾸만 부족한 점들이 느껴져서 내심 조마조마 했거든.
그렇게 10년간 보일 듯 말 듯 한 걸음걸음이 모여 제법 멀리 나아갈 수 있었어. 내가 여전히 같은 사람인 것처럼 보여도 알게 모르게 많이 변했다는 사실도 이제는 알아. 나의 10년 뒤도 또다시 이런 기분이겠지? 지금은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는 것 같아서 조바심이 들지만, 그럼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보면 나의 티끌 같은 노력이 모여 결국 나를 도약시켜 주리라고 믿어.
고단한 학창 시절을 보내느라 고생하는 너를 나는 안다. 그 시기가 얼마나 고생스러운지도 알고. 하지만 나의 시간이 흐르듯 너의 시간 역시 흐르고 있다. 지금의 노력을 발판 삼아 저 멀리 도약해있을 너의 10년 뒤를 나는 기대할 거야. 그러니 오늘도 수고했어. 보고싶은 나의 예쁜 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