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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의 서자' 타로카드로 한반도 창세여신까지 /1부

(게임 사이퍼즈) 고시생 짠테크 타로독학 → 한반도 창세여신 흔적 찾기

by 꿈꾸는인형



#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


누워있으니 꽃잎이 떨어져 내려 콧등에 닿는다. 콧등에 떨어진 꽃잎을 따라 나비가 날아들었다. 너무 어여쁘구나. 두고두고 볼 수 있게 한쪽 날개를 떼었더니, 얼씨구. 그것도 날개라고 날아보겠다며 파르르. 날갯짓을 할수록 움직임은 둔해지네. 내 손에 잡힌 네 운명을 그리 원망 마라.
- 사이퍼즈, ‘신령의 하랑’ 캐릭터스토리



공부가 너무 하기 싫었다. 눈가리개 찬 경주마 마냥 시험에 내달려봤는데, 세상엔 괴력난신들이 너무도 많았다. 내달릴수록 벌어지는 격차는 나보다 늦게 달린 후배에게 털렸을 때 피크를 찍었다. 뒤늦게나마 분수를 깨닫고 눈높이를 낮추고 낮췄고, 그렇게 목표의 끝자락이나마 겨우 붙잡았을 때쯤엔 내 20대가 통째로 날아가 있었다.



아직 여유가 있으니, 다시 한번 해볼까 싶어 책상에 앉았는데, 공부 때문에 구역질이 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예전엔 별생각 없었던 독서실이 숨 막히게 답답했고, 의자에 앉아 있는 것도 좀이 쑤셨다. 공부 싫어하는 애들이 내뱉는 말들이 완전 핑계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여기까지구나 싶어 그냥 내려놨다.



뭐든지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하는 법이다.



타로카드를 접한 건 이때였다. 갑자기 텅 비어버린 일상을 내 몸이 받아들이기엔 시간이 필요했다. 관성적으로 갈구하는 몸에 뭘 넣긴 해야 싶었는데, 마침 눈에 들어온 게 타로카드였다. 응시는 1년에 한 번, 그런데 시험은 세 번이라는 극단적인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고시촌 바닥에서 점이나 운세는 이미 꽤나 친숙하기도 했다.



나름 생각해 보니 나쁘지 않았다. 운세가 재밌긴 한데, 볼 때마다 비싸다 싶었고, 그럴 바엔 그냥 직접 배워서 하는 게 낫지 않겠나. 사주는 너무 복잡한 거 같으니 타로로 시작해 보자. 그래서 무작정 타로카드를 샀고, 설명서 보며 한번 펼쳐봤는데, 어라? 생각보다 잘 되네? 어라? 제대로 하는 건가 싶은데 어... 뭔가 좀 맞네? 재밌네?



그때부터 극한의 짠테크 타로독학이 시작됐다. 유명한 타로리더들의 강의는 보지 않았다. 그건 너무 비싸 고시생의 신념(...)에 부합하지 않았기에, 그냥 시중에 있는 타로도서를 전부 읽었다. 분야가 마이너하다 보니, 숨 막힐 정도의 양은 아니었고,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었지만, 나쁜 것에도 배울 건 있었다. 그리고 그 전부를 하나로 단권화했다.



머릿속에 키워드를 때려 박고, 가족을 대상으로 쿠사리를 먹으며 실험도 해보고, 또 동호회에도 나가 카드리딩에 대한 경험을 쌓고. 그러다 내 리딩이 주류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을 즈음, 타로상담에 뛰어들었다. 인터넷이란 바다엔 타로카드에 대한 수요가 넘쳐났고, 사람 접할 일이 없던 당시에 사람들의 이야기는 재밌었다.



처음엔 사람을 앞에 두고 입을 떼는 게 참 어려웠는데, 이젠 “타로 좋아하세요?”라며 직장 동료 등과의 관계 형성에 종종 써먹고 있는 걸 보면 취미 하나는 잘 고른 듯. 물론 무당이 아니니 종종 틀린다.



이번 이야기는 타로카드에 대한 것이다. 타로카드별 설명과 그에 따른 딥한 리딩은 빼고, 타로카드의 전반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깃거리를 담았다. 그리고 여기에 흔적으로만 남아 있는 한반도 창세여신에 대한 이야기를 더했다. 타로카드가 여성들이 선호하고, 그녀들의 말 못 할 이야기로 채워진 것처럼, 주류에서 밀려난 여신들의 이야기가 사회에서 터부시되는 무속신앙 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접점이 사뭇 흥미롭다.




# 19금 성인용 타로카드도 있어요


지난 24년 연말, 경제주간지 매경이코노미에 타로카드 신드롬에 대한 분석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경제지에 타로카드라는 그 뜬금없는 조합이 새삼 재밌었는데, 최근 10~30대의 타로 신드롬을 두고, MBTI 광풍과 유사하되 시대적 요인 또한 있다는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예전과는 달리 너무나도 불확실성이 큰 시대라 타로에 기대게 된다는 것.



사업이나 영업 분야에서 뛰시는 분들이 은근히 미신이나 점을 추종하는 경향이 있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 단호하게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디!”를 외쳐주시는 전략적 사업멘토 보살님의 존재는 참으로 든든할 것이다. 다만 이게 분야를 뛰어넘어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확산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만.



여기에 다른 이유 하나를 더 덧붙일 수도 있겠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내 이야기를 해주는 게 좋아서’. 앞날을 알기 위함이 근본적인 이유고, 앞날을 맞추면 좋긴 하지만, 리더를 대면하여 질문하고 거기에 얽힌 자신의 애환을 풀어내는 것에서 만족감을 얻는 것도 있다. 실제로 대답은 둘째치고 한창 말을 쏟아내곤 기분이 좋아져 가는 경우를 제법 봤다.



출처: pexels



타로카드는 총 78장의 카드로, 메이저카드 22장 마이너카드 40장 코트(궁정)카드 16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보, 여사제, 운명의 수레바퀴, 악마 등 흔히 타로카드 하면 떠올릴 법한 카드는 거의 다 메이저카드라 보면 되고, 이것을 떼어낸 나머지, 마이너와 코트 56장은 그냥 트럼프카드와 똑같다. 이 카드들을 내담자의 질문에 따라 일정하게 배열한 다음, 리더들은 해석을 한다.



이미지로 메시지를 전하는 타로의 특성상 수많은 타로가 있고, 지금도 창작열에 불타는 타로 리더들에 의해 자신만의 컨셉을 담은 새로운 타로가 만들어지지만(19금 게이 타로도 있다는 것에서 흠칫했다는 건 차마 안 비밀), 그 계열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마르세유 덱과 웨이트 덱, 그리고 크로울리 덱.



타로카드는 14세기 즈음 등장했는데, 이때까지는 트럼프카드 같은 놀이도구 정도였다. 그러다가 지금의 타로와 마찬가지로의 구성을 갖춘 마르세유 덱이 발견되었고, 대략 18세기부터 본격적으로 타로를 하나의 점술도구로 정립하려는 오컬트 쪽의 탐구가 이뤄졌다.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 등장한 게 바로 아서 웨이트가 만든 걸작, 유니버셜 웨이트 타로인데, 지금까지도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타로다.



마르세유 덱을 클래식 타로, 웨이트 덱은 모던 타로라 부르기도 한다. 두 타로 사이엔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 이것은 타로카드를 유대교 신비주의 카발라와 결부 지으려 했던 웨이트의 의도 등에 기초한다. 웨이트 덱이 마르세유 덱과 달리 힘 카드를 11번이 아니라 8번이 배열한 게 대표적인데, 카발라의 이론에 기초하면, 8번에는 절제보단 힘이 어울린다는 것이다. 힘 카드의 이미지가 서로 상당히 차이 나는 것도 카발라의 영향.



이때 타로 입문은 유니버셜 웨이트 타로로 시작하는 게 좋다. 타로카드를 이해하기도 쉽고, 공부 자료도 가장 풍부하다. 내 마음에 드는 카드여야 애착을 가지고 오래 한다는 말에, 자신만의 타로를 꿈꾸며 골랐던 사람들은 결국 유니버셜 웨이트로 돌아와서 다시 시작하게 된다. 취향도 기초가 되어 있을 때 가능한 법이다. 물론 효율이고 나발이고 애정하는 캐릭터만으로 게임 공략하듯 뚝심 있게 밀고 가는 용자왕들도 있긴 있다.



앞서 보았듯, 타로카드가 하나의 점술도구로 자리 잡게 된 건 그 태생부터 그랬다기 보단 서양 오컬티스트들의 탐구가 더해져서인데, 그래서 타로의 기원이 고대 이집트 문화에 있다든지, 유대인의 히브리 어에서 찾았다는 등의 말은, 어디까지나 오컬트 입맛대로 끼워 맞춘 것에 가깝다. ‘타로카드는 카발라의 버린 자식이자 오컬트의 서자, 점성술과 수비학의 사생아, 심리학의 이단아’라는 말은 타로카드의 근본 없음을 잘 보여준다.



아서 웨이트가 마개조까지 불사한 웨이트 덱만큼은 딴 건 모르겠고 카발라의 자식이 맞겠다.



다만, 타로카드의 뿌리를 고대에서까지 뽑아오는 주장의 면면을 보면 나름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타로카드 매트릭스’(저자 장재웅)에 따르면, 아서 웨이트는 카발라를 바탕으로 유니버셜 웨이트 타로를 창작했다, 카발라는 ‘세페르 예트지라’라는 고대 문서에서 시작되었고, 이 문서는 플라톤과 피타고라스의 철학을 인용하였다. 플라톤과 피타고라스가 엮였기에 4원소와 수비학이 타로에서 정당성을 갖게 된다.



4원소와 수비학은 그것을 적용하는 게 적절한지 여부를 떠나 타로카드의 키워드를 이해하는 데 좋다. 4원소는 불, 물, 공기, 땅으로 나뉜 마이너 카드의 고유한 특성을 이해하는 데, 수비학은 숫자를 매개로 하여 메이저 카드와 마이너 카드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발군의 역할을 한다. 보통의 타로책들이 대뜸 키워드를 던져주고 일단 외울 것을 요하는 것보단 확실히 낫다.



‘타로카드 비밀의 문’이 시중의 타로책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수비학을 활용했다. 저자 신종민은 처음부터 메이저 카드는 ‘숫자와 제목, 순서’, 마이너 카드는 ‘원소와 숫자, 순서’가 핵심이라며 숫자와 그 순서를 무엇보다도 중요시하였다. 이것은 앞뒤 카드 간 비교, 동일 번호의 메이저와 마이너 간 비교 등으로 카드를 씨줄, 날줄 같이 중첩시켜 이해를 높인다.





예를 들어, 마이너 카드인 펜타클 7번에선 풍성하게 결실을 맺은 작물(펜타클)을 한 남자가 바라보고 있고, 키워드는 보통 노력에 대한 결실, 성과에 대한 고찰, 인내 등이 있다. ‘비밀의 문’은 메이저 7번 전차카드의 키워드 ‘2인자’와 연결시켜 ‘성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마음’을, 다시 펜타클 6번의 ‘아쉬운 분배’를 붙여 ‘남의 몫까지 탐한다’라는 식으로 해석의 지평을 넓게 만들어준다.



마이너카드 소드 6번은 소드 5번의 갈등을 극복하려는 카드로, 갈등과 투쟁이 많지만 이를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는 내용을 배에 박힌 여섯 개의 검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상처를 받아들이고 수용하며 인간적인 목표에 다가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검 6번의 상징은 메이저카드 6번 연인에서 이브의 죄에 기꺼이 동참한 아담이 함께 험난한 세상을 살아간다는 상징을 뜻합니다.
- 타로카드 비밀의 문, 마이너카드 6번



투잡이 대세가 된 시대라서 그런지, 타로상담에서도 1+1을 표방하는 경우가 많다. 신점과 타로를 곁들이는 케이스가 종종 보이는데, 아니 ‘신점이면 타로가 따로 필요 없는 거 아냐?’ 싶다가도 ‘그 보살님이 모시는 신께서 타로카드가 마음에 드시나 보지’ 라는 생각도 든다. 나도 재밌는데, 옛날부터 계셨던 신께선 이 현대 문물이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지겠는가.



그래서 타로상담을 하다 보면, 종종 신기 있는 분들도 많은데 내가 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도 든다. 간절하게 답을 찾는 사람을 앞에 두고, 정확도 100%가 아닌 타로리딩을 한다는 게 이따금씩 약장수가 어르신들을 홀려 약을 파는 것과 다를 게 뭐냐 싶으니까. 오컬트의 버린 자식이라고 타로 후려칠 게 아니다. 근본 없기는 나도 매한가지다.



나름 고민을 했는데, 결국 이건 자신감 부족이고, 이 결핍은 타로라는 신비주의 학문에 대한 이론적 뼈대가 빈약했기 때문이겠다. 현장 경험이 타로에 대한 살을 찌울 수 있을지언정, 그 뼈대는 세울 수는 없다. 쌓여가는 경험은 일종의 불균형을 초래했고, 그에 따른 결핍이 보살님들에 대한 열등감으로 나온 것이다. 흘러내리는 살들을 뒷받침할 무언가가 그분들에겐 있어 보이니까.



모호하기 짝이 없는 점술에서 논리적인 뼈대를 갖춘다는 게 말이 될까 싶긴 한데, 다행히 길은 있었다. 더 타로북(저자 한연)은 타로카드를 일정하게 배열하는 ‘스프레드’가 논리적인 사고의 묶음이라고 평하며, 7장을 쓰는 매직세븐이든 10장을 쓰는 켈틱크로스든 결국 1장을 쓰는 원카드 배열법이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원 카드에 담긴 질문들을 긁어모아 하나의 스토리로 뽑아내는 게 타로리딩이라는 것이다. 극한의 환원주의다.



결국 질문과 대답인 것이다. 미래를 물었으니 타로로 답하되, 논리적으로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스토리는 굳이 보살님이 아니어도 만들 수 있다. 그 외의 신비는 타로카드에게 맡기자. 대놓고 ‘간 보기’를 언급하고 고객마다 스프레드를 다르게 펴줘야 보는 맛도 있다는, 지극히 상업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타로리더 리산의 ‘실전에서 성공하는 타로 워크북’가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상술에 찌든 게 아니라, 본질에 충실했던 것이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고객들이 생각보다 디테일한 결과를 바라는 경우는 많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수많은 스프레드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구체적인 스프레드를 여럿 알아두고 질문마다 적절하게 사용하는 리더도 있고, 보편적인 배열 몇 개로 처리하는 리더도 있으며, 아예 특정 스프레드를 사용하지 않고 그때그때 원카드의 연속으로 질문에 대응해 내는 리더도 있다. 결국 각자의 성향에 따라 운용 방식이 자리 잡게 된다.
- 더 타로북, 스프레드의 운용



상담에 임하다 보면, 아무리 타로카드가 사생아 취급을 당한다곤 하지만, 그 인기가 상당하다는 걸 피부로 느끼게 된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이미지를 통한 감성적인 접근 등도 이유가 되겠지만, 사주나 철학 등 여느 점술과는 다르게 직면한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답을 해준다는 게 차별화된 특징이지 않나 싶다. 쉽게 말해, 타로만큼 직접적으로 연인, 썸남, 구 남친의 속마음이 어떤지를 말해주는 건 없다.



여성들로선 솔깃할 수밖에 없는 포인트를 꽉 쥐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리더들마다 다르겠지만, 상담의 팔 할은 헤어진 남친의 속마음이 어떤지, 다시 만나는 게 가능한지를 묻는 재회운, 이 남자와의 썸이 찐인지 등을 묻는 연애운이었다. 카드를 펼쳐보면 ‘어? 각 나오네?’ 싶은 때가 있고, 그러면 신나서 막 말해주는데, 유감스럽게도 보통 산삼 캐는 것 마냥 노다지가 그렇게 자주 있진 않다.



싸우고 헤어진 남친 속마음을 알고 싶어 한 여성이 있었는데, 남자도 이별통보가 다소 성급했다고 여기고 있으니, 기다려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30분 뒤에 남자한테 연락이 왔다고 엄청 고마워하며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남녀 갈등으로 세상이 어지럽다곤 하지만, 많은 여성들은 남친의 속마음을 궁금해하고, 더 잘 보이고 싶어 하며, 차마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타로카드를 찾는다.



직접 겪어보고서야 안 것이지만, 이 남들에게 하지 못하는 고민엔 19금 이야기 외에 다른 것도 있었다. 동성애다. 동성애 문제로 제법 많은 이들이 타로카드 문을 두드리고 있었고, 그때 타로카드의 새로운 역할을 알게 되었다. 어디 가서 밝히지 못하는 자신들의 말 못 할 이야기들을 들어주는 게 바로 타로카드였다. 옛날 무속신앙이 주류에서 배척당한 이들을 품어주는 구심점이었던 것처럼.



애초에 타로카드는 이런 반골기질(?)이 숨어있다. 메이저 카드의 순서는 0번 바보, 1번 마법사, 2번 여사제, 3번 여제, 4번 황제, 5번 교황로 진행되는데, 생각해봐야 할 게 유니버셜 웨이트의 이미지 배경은 가톨릭이 세상을 주름잡던 중세 유럽이었다. 황제와 교황은 늘상 엎치락 뒤치락했으니 그렇다 쳐도, 어떻게 여제와 여사제가 그들의 앞에 위치하는가. 특히 여사제.





▲여사제가 교황보다 우선되었다는 것, ▲교황에게는 없는 경전을 여사제는 들고 있다는 것, ▲여사제는 육체적 여성성이 아니라 관념적인 여성성을 뜻한다는 것 등은 세상에 드러나진 않았지만, 세상이 진리라 규정한 것 너머에 보다 근원에 가까운 부정(不定)적인 신비가 있음을 묘사한다. 여제가 황제보다 우선시되는 것 또한 비주류로서 품고 있는 타로카드의 정신을 드러낸다 하겠다.



유사한 특징이 창세신화에서도 드러난다. 지금의 창세신화는 세상이 ‘아버지’ 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그 면면을 살펴보면, 사실 이 세상을 창조한 ‘어머니’의 신화를 ‘아버지’들이 뺏어다가 자신들의 입맛대로 각색한 것이다.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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