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루루루
(발신자 : 민기)
"여보세요~ 야 개발아~ 잘 지내냐~"
"어 민기야 나야 머 그냥저냥 지내지"
"아 다른 게 아니라 너 사는 동네 어떤가 해서, 젊은 사람들 많아?"
"여기? 여기 엄청 많아~ 내가 처음 들어올 때도 많았는데,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많은 거 같아"
"원래 상가 공실도 많았는데, 이제 좀 채워.지고"
"옆에 새 아파트 하나 더 입주하니깐, 젊은 사람들이랑 애들이 엄청 많아졌어"
"아 그렇구나 고마워~~"
"아! 민기야! 근데 나 2년 전에 네가 집사라고 했을 때 못 샀잖아"
"벌써 2년 지나서 전세 연장 시기인데, 이번엔 나가야 할 거 같은데.."
"어떡하지??"
"아이고.. 돈은 좀 모아 놨어?"
"지금이라도 내 집마련 하면 좋을 거 같긴 한데"
"돈은 많이 못 모았어"
"둘째까지 생겨서 생활비 쓰다 보면 저축할 엄두가 안 난다"
"아 그래? 근데 지금은 영끌해서 대출받기가 좀 위험할 수도 있긴 한데"
"대출 이자 감당이 되는지도 따져봐야 하고"
"차라리 경기도 쪽에 내 집마련 하는 게 어때?"
"경기도?? 경기도는 진짜.. 싫은데...."
"일단 알았어 고마워"
전세 연장을 한번 더 했던 개발이는 생각보다 2년이란 시간이 짧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재계약 시즌에 이젠 도저히 버틸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퇴근길에 민기와 통화를 마치고, 눈을 돌려보니 편의점이 보였다.
개발이는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사서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오늘따라 맥주가 더 쓴 거 같다.
"하아... 진짜 어쩌지...."
"경기도.. 라.."
아무리 네이버 부동산을 뒤져보아도 지금 자금으로 갈 수 있는 서울 신축 20평대는 없었다.
개발이는 무거운 발걸음을 집으로 옮겼다.
띠띠띠띠
(현관문 도어락 소리)
"와~~ 아빠 왔다~~"
"여보 왔어요~~"
집에 들어가자 토끼 같은 아이들과 아내가 반겨준다.
개발이는 괜히 눈물이 핑 돌았다.
그날 밤 개발이는 아내에게 힘 없이 말했다.
"우리... 이사 가야 할 거 같아"
"이젠 전세금을 올려줄 수가 없어.."
"아무래도 경기도로 내려가야 할거 같아"
그런 개발이를 아내는 꼭 안아 주며 토닥여 주었다.
"괜찮아, 그동안 여보 고생한 거 다 알아"
개발이는 싫은 내색 없이 이해해 주는 아내가 그저 고마웠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