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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은 있다. 맞기 전까지

by 유다로

다음날부터 개발이는 열심히 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전에 집 알아본 경험이 있지만, 벌써 6년 전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일단 부동산과 약속을 잡고 경기도에 있는 20평대 신축 아파트를 보러 갔다.


"이 집이 4년 차라 아직은 수리 없이 그대로 살아도 돼요~"

부동산 아주머니의 매물 소개를 들으니, 예전 기억이 조금씩 나는 거 같았다. 확실히 신축 아파트라 기존에 살던 집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근데 개발이는 경기도까지 내려오는데, 평수라도 넓혀야 체면이 설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 혹시 집이.. 조금 작은데, 애가 둘이라 30평 대도 혹시 볼 수 있을까요?


"아이고 애가 둘이면 30평대로 봐야죠~"


부동산 사장님은 어딘가 급하게 전화를 걸더니 개발 이를 데리고 다른 동으로 갔다.

그 동 앞에는 처음 보는 아주머니가 있었다.

개발이는 이 분이 집 보여주는 쪽 부동산 사장님이라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30평대 매물은 너무 좋았다.

거실도 시원시원하고, 무엇보다 싱크대가 커서 마음에 들었다.


(와 이 정도로 큰 싱크대면, 아내가 진짜 좋아하겠다)


하지만 30평대 가격을 듣고서는 다시 기분이 우울해졌다.

개발이가 절대 살 수 없는 가격대였다.


그때 매도 쪽 부동산 사장님이 개발이의 표정을 쓱 보더니 급하게 말을 꺼냈다.


"아 여기 집주인이 매매랑 전세 중 먼저 빠지는 걸로 계약한다고 했거든요~"

"이 집 마음에 들면 전세도 괜찮아요~"

"그리고 내가 인상이 좋아 보여서 사장님한테만 얘기해 주는 건데 "

"이 동네가 내후년에 공급이 많아서 가격이 좀 떨어질 거예요"

"그럼 그때 사장님이 좋은 매물 싸게 사면 딱이죠~"


개발이는 귀가 솔깃해졌다.

최근에 부동산 유튜브를 봤는데, 공급이 많으면 가격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얼핏 나는 거 같았다.


"아~ 그래요!??! 혹시 전세는 얼마나 하나요??"


30평대 전세금은 20평대 매매가격보다도 저렴했다.

개발이의 머릿속에는 30평대 넓은 거실에서 아이들이 놀고, 넓은 주방에서 아내가 요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래 공급이 많아서 곧 떨어질 건데, 굳이 지금 살 필요가 없잖아??)

(딱 2년만 전세 살고 그 후에 진짜로 내 집마련 하는 거야!)


그렇게 개발이는 서울 신축 20평대 전세에서 경기도 신축 30평대 전세로 오게 되었다.

2년 후 꼭 내 집마련 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하지만 2년 뒤, 그 다짐은 타이슨의 명언같이 되었다.


-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은 있다. 맞기 전까지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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