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첫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

by 그릿 grit

처음 하는 사랑이 첫사랑이라던데

그 말은 언제부터 이렇게 간단해졌을까


진짜 키스를 한 사람

처음을 나눈 사람

육체가 먼저 닿았다는 이유로

사랑의 자리를 차지해 버리는 정의들


그렇게 말한다면

나는 어쩌면

내 남편을 첫사랑이라 부르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스무 살에 결혼했고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사랑하기 전에 나에게도

마음속에 다른 사람이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적당히 날라리티 나는 옷차림

허세가 과하게 어울리던 말투

"오빠"라는 호칭하나로

모든 무례가 낭만처럼 포장되던 사람


그는 내가 처음으로 울어본 사랑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모르겠다.

미친 짓이라 부를 수 있는 일들은

아마 그때 다 해본 것 같다


하지만 처음이라는 건

이상하게 몸에 남는다

손결과 숨결이 닿던 감각

숨을 삼키던 타이밍

온몸이 기억해 버린 그 자극은

충분히 사랑이라고

착각할만했다.


그깟 섹스가 뭐라고

어쩌면 우리는

사랑을 한 게 아니라

도파민을 숭배했는지도 모르겠다.


첫사랑은 끝나고도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은 떠났는데

감각은 남았다.

기억은 늘 무례해서

잊고 싶은 순서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다.


나는 가끔

그때의 나를 떠올린다

사랑을 안다고 믿었던 얼굴

아무것도 지키지 못하면서

모든 걸 건다고 생각했던 태도


지금 내가 보면

분명 한숨부터 나올 텐데

그때의 나는

진심이었다.

그래서 더 지워지지 않는다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

정리될 줄 알았다.

상실의 끝에는

깨끗한 결론이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사랑은 늘 그렇게 남았다.

정리되지 않은 채

설명되지 않은 채

다만

"그랬었다." 사실만 남긴 채


어쩌면 사랑은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다른 모양으로 남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이제야

사랑의 민낯을 본다


아름답지도

비극적이지도 않은

그저 얼룩덜룩한 감정의 잔상


나는 그 위에 남은

주름과 흉터를

굳이 지우지 않기로 했다


사랑이

나를 완성하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나를 바꿔 놓았으니까

그리고 이제는 안다

"사랑은 나를 데려가지 않았고 , 대신 나를

남겨두고 갔다."


그래도 묻게 된다

끝났다는 걸 알면서도

다 끝났다고 말할 수 있으면서도


나는 아직도

너를 사랑해

너는 어때?

제목 없음.jpg <첨부사진 > 욕설문장집 _막강 중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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