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서의 시작은 수많은 '질문들' 때문이었던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책을 읽다 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정작 찾으려던 답이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리고, 처음의 질문을 잊고, 책을 읽다 보면 또 다른 질문들만 계속 생겨나고... 책 속에서 무한 갈래로 뻗어나가는 질문들의 연속 속에서 아직도 여전히 길을 잃고 방황 중인 것 같다.
결국 답을 찾게 되었다기보다, 궁금한 것, 호기심이 생겨나는 분야가 많아지기에, 거의 모든 책들에 흥미를 느끼게 된 점이 '길 잃은 책 읽기'의 수확이 아니었을까 싶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유퀴즈에서 "재미없는 영화는 어떻게 보느냐"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씹는 재미로 본다"고 대답했던 말에 많이 공감이 되었는데, 그게 '비판적 글 읽기'와 비슷한 태도인 것일까? 어쨌든 그런 관점에서 보면 모든 책 읽기는 나름대로 의미 있고, 재미도 있다. 비판이라도 하려면 그 책의 내용을 알아야 제대로 된 비판을 할 수 있을 테니까...
책을 통해 오직 배우겠다는 자세로만 읽게 되면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저자의 생각에 세뇌되기 가장 좋은 수단이 책인 것 같아서... 한 사람의 생각에만 전적으로 주입된다면 주체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저자의 생각에 지배되는 노예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저자의 주장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그 이야기를 내 것으로 만들도록 하되, 내 생각이 저자의 주장에 나도 모르게 휩쓸려버리고 전적으로 종속되어 버리는 것과는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책 속에서 답을 찾으려던 나의 책 읽기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건 그래서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이 정답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정답'이란 어차피 없을 테니까...
'어떻게 생각하느냐'만 있을 뿐...
그동안 혼란을 느꼈던 많은 일들 중에는 '정답'만을 찾으려 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 대부분은 이분법적인 시각이었다. 양 극단의 경우를 오가며, 여기서는 이렇게 말하는데 저기서는 왜 저렇게 말하지? 하는 그런 생각들... 그리고 양 극단을 오가며 이것이 옳은지 저것이 옳은지 정답을 찾고 싶었기에 늘 헷갈려왔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정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경우가 많다. 그건 나의 우유부단함 탓이 아니었다. 양 극단에 위치한 그 답이 '옳다'고 정답 처리를 해줄 채점자의 '절대적인 권위'는 누구에게도 없을 테니까....
그러니 '내 생각이 틀렸다'라는 말은 잘못됐다. '내 생각이 다르다'만 있을 뿐...
그래서 요즘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에 많이 공감된다.
그리고 신영복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지남철'에 관한 비유도....
나침반의 바늘은 북쪽을 가리키지만 그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고...
물론 나의 경우는 바늘 끝이 북쪽과 남쪽에서 수시로 오가다가 서쪽이나 동쪽을 가리키며 떨고 있는 것 같지만...
그래서 '박쥐'의 입장이 이해되고, 독서 토론에서 어느 쪽 입장에 공감하는지 묻는 선택 논제가 어렵다.
그래서 '당신이 옳다'라는 책이나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라는 책 사이를 오가며 상반된 제목들에 물음표가 생겼던 것도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