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쓰고, 그럼에도 살아간다
글을 쓰고 있다. 어떤 글이 써질지는 모르지만, 일단 모험을 떠나보자.
예전에 돈이 엄청 필요하고, 또 돈이 엄청 부족했던 때가 있었다. 불과 4개월 전 이야기다. 그때 호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중간중간 쉬었던 기간과 일을 하지 않았던 시간을 빼면 거의 1년 가까이 꼬박 일했다. 그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벌었던 돈은 생활비 등 필요한 곳에 썼고, NGO 단체나 해외 선교사님, 그리고 돈이 필요한 힘든 이웃들을 돕는 데도 썼다.
얼마나 돈이 간절했는지, 1주일 동안 공모전 사이트를 다 뒤져서 40개 이상의 공모전에 작품을 냈다. 물론 공공기관에서 열었던 공모전 딱 하나 빼고는 전부 떨어졌다. 거기다 어떤 공모전은 사기꾼 집단이 주최한 거라서, 미리 알아채고 간신히 피하기도 했다. 밤에는 잠도 안 왔다. 지금이야 이렇게 웃고 말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지옥이었다.
그때 내가 가장 많이 붙잡았던 책이 정주영 회장의 자서전 『이 땅에 태어나서』였다. 처절할 만큼 자주 반복해서 읽었고, 『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도 심심찮게 펼쳐봤다. 20대 청년이 사회에 나가 돈을 번다는 게 이렇게 힘든 거구나,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도 1년 동안 아르바이트하면서 글도 쓰고 책도 읽고, 학교까지 다니느라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어렵게 붙었던 공모전이 사실은 사기꾼 집단이었다는 걸 알게 됐을 때는, 나도 모르게 바닥에 쓰러져 1시간 넘게 누워 있었다. 겨우 집에 돌아와서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잠자는 척 누워서 다시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지금도 그때만 떠올리면 아직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학교를 겨우 졸업한 지금은 그나마 여유가 조금 생겼지만, 그때는 학교도 다니고 일도 하고 글도 쓰느라 사방이 막막했다.
돈이 너무 필요했는데, 그렇게까지 달렸으니 몸과 마음이 멀쩡할 리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공인중개사 시험도 못 봤다. 하필이면 그날, 사기꾼 공모전에 합격 소식까지 들어버렸으니 말 다 했다. '바닥을 찍으면 올라가기만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바닥 아래에 또 다른 바닥이 있다는 걸 온몸으로 알았다. 일을 하면서 돈에만 신경 쓰다 보니 학교 공부는 뒷전이 되었고, 성적은 형편없이 떨어졌다.
솔직히, 여기서 글의 방향을 갑자기 틀어서 “그럼에도 나는 행복하다” 같은 긍정적인 결말을 쓰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너무 허탈하고 기운이 빠져서 그게 잘 안 된다. 그동안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탓에 건강도 망가졌다. 지금은 어떻게든 건강 관리를 하며 버티고 있지만, 불과 4개월 전까지만 해도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그 과정을 통해 내가 많이 성장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가족 외에는 아무도 몰랐다. 가족조차도 3개월 전에야 겨우 알았다. 그만큼 속으로만 끙끙 앓으며 철저히 숨겼다. 그렇지만 작가가 되고 싶다는 내 꿈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포기해버리면, 내 글을 읽어줄 독자들에게 너무 미안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 길을 멈출 수 없으니까.
이 글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띨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렇게라도 써 내려간다. 바닥 아래에 또 다른 바닥이 있음을 깨달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쓰고, 계속 살아가려 한다. 이것이 내가 걸어갈 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