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의 높이, 각종 편의 시설과 그에 따른 높은 관리비로 유명한 이 집은 가끔 연예인들의 집 소개 프로그램에 나오며 알려진 고급 아파트다. 조경이 잘 된 단지 안을 돌아다니거나 1층 헬스장 같은 곳에 가면 익숙한 얼굴들 몇몇은 늘 볼 수 있다. 이곳에는 아무나 들어올 수 없다. 아파트 정문에서 집으로 올 때까지 입주민 전용 아파트 키를 두 번은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유명인들은 그 점이 마음에 들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렇게 이중 삼중의 보안을 자랑하는 여기의 경비 인력은 다른 아파트와는 달리 젊고 건장한 남성들이며, 청소 아주머니들은 층마다 있는 분리수거 공간을 비롯하여 로비와 복도와 엘리베이터까지를 매일 깨끗이 쓸고 닦았다. 1년 반 전, 처음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 젊은 보안요원에서부터 나이 지긋한 청소 여사님들까지 입주민을 마주치기만 하면 공손하게 인사하고 문까지 잡아주는 모습에 조금 움찔했던 생각이 난다.
필요 이상으로 친절해 보이고, 사람을 떠받들어주듯이 행동하며, 사적인 말은 걸지 않는 사람들. 보이고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 아파트 통합 관리실에서 단체로 교육이라도 시킨 듯한 태도였다. 물론 이들은 용역 계약직이어서, 익숙할 만하면 단체로 얼굴이 바뀌곤 했다. 곱슬머리 아주머니는 두어 달 전에 새로 온 청소팀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기존의 청소 여사님들하고는 비슷한 듯하면서도 조금 달랐다. 수시로 복도에서 마주치는 아주머니는 방긋방긋 웃으며 사람들에게 말을 잘도 걸었다.
“안녕하세요! 아이고, 운동하러 가시나 보다.”
“밖에 비가 많이 오던데. 우산 챙기셨어요?”
대다수 입주민은 그녀의 사교적인 멘트를 예의 바르고도 차가운 미소로 받아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딱 그만큼의 거리를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사람들. 그냥 내 생각일 뿐이지만, 마치 그들은 어릴 때부터 쭉 이런 환경에서 자라와서 누군가 자기에게 굽신대는 것과 그것을 적당히 무시하는 것에 익숙한 것처럼 보였다. 그저, 나의 자리와 너의 자리가 구분된 인생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살아온 사람들 같았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물론 나는, 그들과 같을 수 없었다. 지금 서 있는 곳이 같다고 해서 삶의 내력까지 같을 순 없는 것이었다.
(3)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