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는, 모처럼 느긋한 주말이 지나고 일요일 밤이 되었으니 오랜만에 엄마한테 전화나 해 볼까 생각했다. 한동안 연락을 못 했었다. 김밥집은 일요일에 문을 열지 않으니, 엄마도 하루 동안 좀 쉬었을 거고 그 시간쯤이면 여유 있게 누워서 텔레비전이라도 보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신호가 채 두 번이 가기 전에, 엄마가 전화를 받았다.
“응, 잘 지내지. 재희 일 보고 지금 들어오는 중이래서 기다리고 있어. 오면 밥 차려줘야지.”
잘 지내셨냐는 나의 인사에 엄마가 나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아들놈 밥 주려고 여태 기다리고 있다는 거지? 목소리에서 저렇게 피곤함이 묻어나는데?
“저녁 아직 안 드셨어요? 재희 오면 같이 드실라고?”
“아니, 나랑 니 아버진 먹었지.”
“걔 나이가 몇인데, 알아서 차려 먹으라고 해요. 손이 없나.”
엄마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이 섞인 코웃음을 쳤다.
“걔가 뭘 할 줄 안다고. 라면도 못 끓여.”
맞다, 그랬었지. 그동안 내가 왜 엄마한테 전화하지 않았던 건지 갑자기 떠올랐다. 엄마는 종종 나쁜 뜻은 없는, 지극히 단순한 문장으로 내 속을 뒤집곤 했다. 걔는 이런 거 몰라, 니가 누나니까 동생 좀 챙겨야지. 간만에 엄마와 좋은 기분으로 통화하고 싶었다. 일요일 밤이라면, 우리 둘 다 어느 정도 쉬었고 조금 맘에 안 드는 말 정도는 부드럽게 넘길 수 있을 컨디션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내가 문제일까, 엄마가 문제일까. 속에서 뭔가가 올라오는 걸 꾹 참으며 대화를 이어가려 했지만 이미 심사가 조금 뒤틀린 후였다. 혓바닥 속 숨겨둔 가시가 살짝 올라오고 있었다.
“그 인간은 뭐 한다고 이 시간까지 밥도 안 먹고 돌아다닌대?”
순간 전화기 너머로 약간 긴장한 엄마의 숨소리가 느껴지는 듯했다. 자, 이제 변명 타이밍.
“아유 뭐, 별 건 아니고, 친구랑 일 좀 시작하는 게 있어서. 그래서 좀 바쁜가 보더라.”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뭘 시작해? 사업… 같은 거? 그런 거요?”
(5)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