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아침, 으슬으슬 떨리는 느낌이 들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갑자기 왜 이러지. 일 년에 한 번은 꼭 앓고 지나가는 몸살이 오려는 것 같았다. 지난주에 날이 좀 풀린 것 같아 얇은 패딩을 입고 다녔던 게 탈이 난 걸까. 하필 월요일, 그것도 3월 첫 출근일부터 이러다니…. 주머니 속에 있던 마스크를 꺼내서 얼굴을 덮어버리다시피 썼다. 부디 오늘은 사람과의 자잘한 부딪힘 없이, 업무만 정확하게 처리하고 퇴근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현관으로 나섰다.
그런데 문을 열고 나갔을 때 복도에 서 있던 청소 아주머니를 마주쳤다. 남색 유니폼을 입은 아주머니는 32층을 청소하기 위한 대걸레와 세제, 양동이 등을 모두 세팅해놓고 허리를 한 번 펴던 중이었다.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지만 한발 늦었다. 아담한 키에 통통한 체격, 보기 좋은 곱슬머리의 그녀는 늘 그렇듯 서글서글한 웃음을 띠며 아는 척을 한다. 그러더니 익숙한 듯 내 쪽으로 오기 시작했다. 아주머니, 오늘은 제발 말을 걸지 말아주세요. 내가 오늘 컨디션이 진짜 별로거든요. 하마터면 마음의 소리가 나올 뻔한 걸 겨우 참았다.
“아유, 출근하시나 봐요? 아직은 날이 좀 춥죠?”
오늘은 아침부터 뭐가 잘 안 풀리는 것 같다.
“네, 안녕하세요. 일교차가 크네요.”
“3월 초가 원래 그래. 우리 며느리가 초등학교 선생인데, 해마다 입학식 때마다 안 추운 적이 없었다고 그러네요.”
평소에 제꺽제꺽 오던 엘리베이터는 어쩐지 오지 않고 있었고, 아주머니는 오늘도 교사인 며느리 얘기를 꺼낼 수 있어서 신이 난 것 같은 표정이다. 잘못 받아주면 말이 길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적당히, 그녀의 말을 듣지도 안 듣지도 않은 듯한 답변을 건넨다.
“그러게요, 감기 조심하셔야겠어요.”
“그러니까. 이맘때면 한 반에 감기 걸리는 애들도 수두룩하다고 며느리가 그랬어. 아가씨도 조심해요.”
아주머니의 말이 막 끝날 무렵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정원 초과가 될 듯 말 듯 꽉 찬 상태였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그녀에게 잽싸게 눈으로만 인사하고, 얼른 사람들 틈에 끼어들고, 민첩하게 닫힘 버튼을 눌렀다. 아마 엘리베이터가 조금만 늦게 왔으면 교육청에서 근무하는 아주머니의 아들 얘기까지 들어야 했을 것이었다. 탄탄한 직장을 가진, 자랑스러운 아들 부부. 나는 몸살 기운과 더불어 저릿한 피로까지 느꼈다. 회사 도착은커녕 이제 겨우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건데 말이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