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은 아기가 너무 귀엽다며 거듭 감탄했다. 손님의 칭찬에 자랑스러워하는 여자의 뒤쪽으로 가게에 딸린 방이 보였다. 여기서 살림도 하면서 장사도 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보면 볼수록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그런 가게의 모습에, 어쩐지 지연은 마음이 노곤해졌다.
방의 한쪽 벽에는 부부의 결혼사진이 걸려 있었고, 그 밑으로는 잠든 아기의 손위 형제로 보이는 남자아이의 사진이 있었다. 준우와 비슷한 또래의 사내아이는 무슨 종목인지 모르겠지만 도복을 입고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씩씩한 모습이었다.
애인 말고 자식에도 ‘이상형’이라는 게 있다면, 사진 속 저 아이의 형상은 남편이 그토록 바라던 아들의 이상형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지연은 내심, 지금 그 남자가 저 사진을 볼 수 없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작게 한숨 쉬었다. 분명히 옆에 있는 준우와 비교를 했을 사람이니까. 그 사람은 이제 한 달에 두 번 지정된 날에만 아들을 보러 올 수 있다. 그가 그 권리를 기꺼이 행사하게 될지 아닐지는 지연도 알 수 없었다.
지연의 남편은 빠릿빠릿하지 못한 아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말이 늦은 것도, 반응이 느린 것도, 주변 상황의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도 전부 답답해했다. 그렇지만 그는 무엇보다도 아들의 불안에 떠는 모습과 가끔 눈물 흘리는 모양새를 못마땅해했다. 딸도 아니고 아들이 저런 꼴을 보이는 걸 못 참겠다고, 아이를 너무 감싸서 키우지 말라고 남편은 지연을 자주 다그쳤다. 당연히, 준우는 아빠를 무서워했고 부자지간의 사이는 더욱 나빠졌다.
“애를 좀 그만 싸고돌아. 혼자 심부름도 보내고, 친구들한테 밀려도 그냥 좀 내버려 두고. 스스로 극복해서 강해지게 해야 될 거 아냐.”
“심부름 보냈다가 돈 잃어버리고 물건 잃어버리고, 친구들한테도 자꾸 실수해서 애들이 안 끼워주려고 하니까 애가 주눅 들어 있는 거 알면서 그래.”
“그러니까 더 밖으로 내보내야지. 아들인데 좀 강하게 키워야지. 사내자식이 눈물이나 질질 짜고 있는데 그 꼴 언제까지 볼래?”
“밖에 나가기 전에 가르치고 타이르고 설명해주고, 시간 날 때마다 붙들고 알려주는 거 당신도 봤잖아. 천천히 계속 가르치면 준우도 조금씩 알아듣는다고. 지금 애를 그냥 포기하고 몰아내라는 거야? 그러면 애가 저절로 단단해지니?”
지연과 남편의 싸움은 이삼일에 한 번꼴로 지속됐다. 남편은 준우의 작은 기린 인형도 몹시 싫어했다. 남자 새끼가 웬 인형이냐며, 저런 것부터 치워야 하는데 지연이 그것마저도 못 하게 한다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심지어 인형을 사 준 지연의 친구 선주까지 미워했다. 지연은 기가 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