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 기린… 기린 인형이 없어요.”
“기린? 잠바 주머니에 있는 거 아니니?”
“아까 꺼냈었는데…. 국수 먹을 때 옆에 있었는데.”
“혹시 엄마 가방에 넣었나 찾아볼게.”
자기 가방에 있을 리가 없지만 일단 불안해하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지연은 가방을 뒤지는 척했다. 지연도 어렴풋이 생각나는 것 같았다. 준우가 쌀국수에서 고기를 건져 먹고, 양파를 골라내다가 실수로 물컵을 쳐서 옆에 있던 기린을 일단 다른 의자에 두었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러고는 휴지로 식탁을 닦는다, 물건을 정리한다, 하면서 정신이 없어져서 그만 인형을 두고 나왔던 것이다.
아이의 손바닥만 한 작은 인형이라, 지금쯤은 아마 다른 것들에 휩쓸려 사라졌을 확률이 높았다. 어쩜 그리 싹 잊고 있었을까, 준우의 주머니에 꼭 넣어줬어야 하는데. 지연은 아들과 둘이 해외에 나온 건 처음이라 그랬다고 스스로 변명했다. 아침부터 준우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서 방심한 탓도 있는 것 같았다. 아이는, 어떡하지, 기린이 없는데 어떡하지, 하면서 작은 방안을 초조하게 돌아다녔다.
“엄마, 국숫집에 가 봐요.”
“준우야, 지금 늦어서 밖에 못 나가. 내일 엄마랑 같이 가 보자.”
“누가 가져가면 어떡해요? 지금 갈래. 엄마 나 지금 갈래요.”
“국수 가게 이제 문 닫았어. 그리고 여긴 엄마도 길을 잘 몰라서 밤에 함부로 돌아다니면 안 돼.”
기어이 준우는 불안해하며 눈물을 흘렸다. 평소에 그렇게까지 기린에 집착하던 건 아니었는데, 왜 그런지 굉장히 초조해하고 있었다. 낯선 동네라는 것이 아이를 더 예민하게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이는 몇 시에 일어나면 가게에 제일 먼저 갈 수 있냐면서, 시계를 보다가 또 엄마를 보다가 하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아무리 아이를 안심시키려 해도, 이럴 때는 어떤 방법도 소용이 없다. 지연은 피가 마르는 것 같았다.
“나 이제 주머니에 넣을 게 없는데…. 기린밖에 없는데.”
“얼른 자자. 빨리 자야 내일 찾으러 가지.”
“엄마 기린 없어졌으면 어떡해요? 나 이제 뭐 들고 다녀요?”
“아침에 얼른 가서 물어보자. 직원이 챙겨놨을 거야.”
준우는 잠들 때까지 몇 번이나, 알람을 제대로 맞춰 놨는지, 몇 시에 일어나면 되는지 거듭 확인했다. 내일은 주머니에 넣고 나갈 것이 없다는 두려움, 혹시 시간을 맞추지 못해서 가게에 늦게 도착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과 기린을 두고 왔다는 미안함으로 아이는 감정이 격해져 있었다. 학교에서 엄마가 데리러 올 시간이 가까워지면 안절부절못하면서 시계를 보고 또 본다던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말이 새삼 떠올랐다.
(9)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