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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나무늘보 Oct 20. 2024

오늘부터 우리는 (11)

아침 일찍 찾아간 식당은 아직 영업 준비 중이었다. 작은 몸을 한껏 옹송그렸던 어제의 직원은 없었지만, 영어가 안 통하기는 주인도 마찬가지였다. 지연은 기린 인형의 사진을 보여주고, 손가락 두 개를 이용해서 그 인형이 매우 작다는 걸 알려주며 의자 위에 있었다는 걸 필사적으로 설명했으나 주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준우는 금세 슬픈 얼굴이 되었다.


  “엄마, 기린 없대요?”

  “잘 모르겠는데 아마 없는 것 같아. 워낙 작아서 아저씨가 못 보신 것 같기도 하고.”


  아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식당 주인은 잠깐 당황하는 듯하더니, 구글 번역기에 뭔가를 써서 지연에게 보여주었다.     


  <내가 그것을 찾으면 알려드리겠습니다. 당신은 어떤 호텔에 머물고 있습니까?>


  지연은 웃었다. 나중은 없다는 걸 자기도 알고, 아마 식당 주인도 알 테지만, 그래도 아이를 위해 빈말이나마 해 주는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지연도 구글 번역기를 켰다. 이걸 쓸 생각도 못 할 정도로 어제는 자기도 긴장하고 정신없었다는 걸 깨달으며 부지런히 글자를 입력했다.     


  <감사합니다. 우리는 OO 호텔에 있습니다.>    

 

  “준우야, 봤지? 엄마가 부탁했어.”

  “우리 오늘 다른 데로 갈 거잖아요.”

  “엄마가 호텔에다가 말해 놓을게. 혹시 식당에서 전화 오면 엄마한테 연락해 주기로. 알겠지?”

  “찾았다고 하면 여기 다시 올 거예요?”

  “올 거야. 기린 데리러 바로 올 거야.”


  아이는 여전히 미심쩍은 얼굴이었지만, 더는 엄마를 곤란하게 하지 않았다. 부족한 사회성과 별것 아닌 것에 심하게 불안해하는 성향으로 지연을 힘들게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성정이 온순하고 착한 아이였다. 지연은 주인 남자에게 감사를 표하며 식당을 나섰다.     


  베트남에서의 두 번째 날도 날씨가 좋았다. 지연은 동네를 다시 한번, 길게 둘러보았다. 가게 문을 열고 주변을 청소하던 상인들이 지연과 아이를 향해 밝게 인사를 건넸다.


  “신짜오!”


  그것이 비록 관광객을 향한 영업 전략일지라도, 웃음 띤 아침 인사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것이었다. 지연도 은은한 미소로 그들에 화답했다. 유독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여자는 카페 주인이었고, 지연은 문득, 어제의 작은 소동으로 잊고 있었던 커피가 떠올랐다. 베트남에 와서 유명하다는 연유 커피를 마셔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아침은 일찍 호텔의 조식으로 해결했고 체크아웃까지는 아직 한 시간 정도가 남아 있다. 지연은 아들을 데리고 카페로 들어갔다.



마지막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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