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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서방 Feb 17. 2024

[군생활 잘하기] 7년의 실패(2)

군가족의 사회활동은 지속 가능할까?


지난 글에서 군가족의 단절감과 불안한 주거환경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을 다뤘다.

이번에는 군가족이 처해있는 현실을 취업과 사회활동으로 한정해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려 한다.


끝나지 않는 이사,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사를 여러 번 다니더라도 군인은 99%의 이사비를  지원받는다. 단독이사의 경우라도 부임비나 파견비 등으로 본인이 조금만 신경 쓰면 대부분 실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물론, 지나치게 정신없고 바쁜 업무 속에서 부임비를 신경 쓰지 못하는 현역을 두루 봐왔고, 일부는 이런 지원 내용이 있는 줄도 몰랐다."독신자도 이사비를 지원받아요?" 되묻곤 했지만, 적게는 몇 만 원 정도의 기름값이라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주면 놀라워했다.


  즉, 독신자와 기혼자 모두 이사를 통한 경제적 손실은 크지 않다. 간혹 섬 이사로 가구가 손상되는 안타까운 일도 있지만(제주도 들어갈 때 소파 다리가 약간 꺾여 있었다..), 그런 일을 제외하곤 경제적으로 부담되는 부분은 거의 없다. 군인과 군가족의 이사는 돈보다 더한 정신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궁극적으로 기회가 박탈된다는 측면에서 경제적 불 익을 초래할 수 있다.


(1) 제한된 구직활동


  기회에는 여러 측면이 있겠지만, 특히 구직활동의 기회적 측면에서 군가족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일부 프리랜서(프로그래머, 작가, 연구원 등)가 아니고서야 직업의 선택 폭은 상당히 좁아진다. 몇 년간 한 직장에 출근하는 정규직장을 꿈꾸기란 지나친 욕심이며, 대다수의 군가족은 비정규직 파트타이머에 종사한다.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다시금 타지로 이동해야 하는 현실 때문이다. 고용주나 회사와의 약속인 계약기간을 지키기 위해서 한 지역에 더 머물고 싶지만, 배우자가 발령 나면 모든 걸 접고 새 근무지로 따라간다.



  이는 우리 가족이 직접 겪은 일이기도 한데, 아내는 나와 함께 다니는 7년간 여러 차례 좋은 구직의 기회가 왔음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다시금 새로운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기회를 잡지 못했다. 실제로 군가족에 대한 한 연구*에서 취업한 군인 배우자는 본인의 능력(스펙, 경력) 보다 상당히 하향된 조건으로 취업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군가족이기에 역량에 못 미치는 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일반 가정에 비해 경제적 불이익을 초래한다.

* 군인의 잦은 부대이동이 가족들에게 미치는 영향_미군의 선행연구 사례와 한국군에 대한 시사점 /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운영연구센터 제1405호_최광현


  정리하면, 앞서 언급했듯이 이사행위 자체에서는 부담해야 할 비용이 있지 않겠지만, 이사를 주기적으로 해야 하기에 여러 기회를 놓치고, 특히 군가족의 경제활동의 기회가 제한된다. 모든 젊은 사람들이 구직과 기회를 위해 서울과 수도권으로 향하는 지금과 같은 사회현상에 반하게도, 시골과 지방으로 몰려야 한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2) 소극적 사회활동과 인맥의 축소


    나는 한 지역에 살면 그 동네와 사랑에 빠지는 편이다. 꼭 지역 도서관을 다니고, 걷기 좋은 공원을 찾아다니며, 지역의 특색 있는 장소를 방문한다. 우리 강아지와 산책을 할 때는 골목골목을 누비며 동네를 내 마음속에 넣곤 한다. 서울, 부산, 울산, 제주, 진해 등 여러 동네를 돌아다니며 늘 거주지 로컬맛집부터 동네 사랑방 같은 카페, 그리고 동네사람들만 아는 아기자기하고 로컬 한 공간들까지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또 개인 블로그에 기록하곤 했다.


    그러나, 어느 한 지역이든 마음에 꼭 들어맞고 생활패턴이 맞아 들고, 또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려 할 때,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만 한다. 지인이 생기고,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상부상조하는 애정이 뿜어져 나올 때마다 우리 가족은 지역과 사람이라는 기반을 가차 없이 잃곤 했다.



    물론, 해군의 도시 진해는 조금 다를 수 있다. 진해는 해군 복무하는 동료들이 지나치게 많아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긴 힘들다. 그러나, 부산이나 제주에서는 동네사람들부터 또래들, 그리고 민간근로 직원들과 유대관계를 갖고 서로를 초대하며 파티도 많이 했었다. 그 지역에 녹아들기 시작할 때, 나는 또 이별을 준비하게 된다. 이 이사가 점차 나의 지역과의 유대관계와 인맥을 확장할 기회를 박탈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되는 이별에 지치게 만들고 마치 '실향민'처럼 느끼게 했다.


    이렇듯 군가족은 점차 사회활동에 소극적인 태도를 고수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 좁지만 깊고 안정감 있는 인간관계보다 넓지만 얕은 인간관계를 대부분 형성한다. 즉, 지인은 많지만 내 옆에 친구는 없어지는 외로운 상황이다. 물론, 이런 생활방식 자체가 마냥 나쁘지는 않지만, 외로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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