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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서방 Dec 18. 2023

[군생활 잘하기] 아직도 남의 말에 휘둘리나

군생활, 나만의 기준부터 정하자

    에세이의 제목과는 달리 사실 나의 군생활은 누가 평가하냐에 따라 "엉망진창'으로 보일 수 있다. 투철한 국가관과 함께 애국심&전투력으로 무장한 참군인들의 기준으로 나의 둥글둥글한 내면을 바라보면 어떨까? 세속적이고 물질적인걸 좋아하고, 늘 유동적으로 생각해서 우유부단하며, 군을 위해 무언갈 하기보다 스스로의 안녕을 바라는 사람. 아마 당장이라도 블루캠프를 보내버리고 싶을지도 모르고, 심지어는 사회부적응자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평가라는 건 사실 상대적이라 바라보기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절대적인 수치화가 어렵다. 나의 최선이 상대의 최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같은 함정 보급관으로 비슷한 일을 했지만 나에 대한 평가는 늘 상이했고, 또 입체적이었다. 인사이동이 잦은 장교생활은 필연적으로 여러 상급자를 모시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함정근무에서만 4명의 부서장을 만났고, 7년간 직속상관만 10명을 훌쩍 넘겼다. 어떤 분에게는 최고라 칭찬받았고, 가끔은 지속적인 비난과 견제를 받아야 했다. 그 수많은 상급자에게 카멜레온처럼 모든 걸 맞추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엑 가깝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는가? 늘 눈치 보며 일하는 게 답일까?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그런 상황에 놓여야 한다면, 나는 나만의 기준을 정하는 편이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일하는 것도 정치 전략적으로 좋을 수 있다. 단기적으로 동기부여에도 이롭고, 세상살이가 '절대 갑'이 될 수 없기에 '을'은 늘 평가 앞에 놓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스스로가 너무 괴롭고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자유롭지 못하고 우유부단해지기 일쑤다. 별거 아닌 일에 시간과 정성 모두 허비하기도 한다. 이는 참 비효율적이고 경제적이지 못하다.


    상명하복이 기본인 수직적인 군조직에서 스스로의 기준을 정하는 건 미친 소리로 들릴 수 있다. 그렇지만,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보면 군이기에 오히려 그 '타인의 평가'라는 족쇄에서 다소 자유로울 수 있다. 군의 핵심가치는 '봉사'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징병제라 모두가 국방의 의무를 지니고 입대하지만, 자의든 타의든 이는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행위가 된다. 봉사를 하면서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의식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건 그 자체로 모순적이다.


    또한, 관료주의 사회는 민간기업과는 다른 동력을 갖고 있다. 자본의 논리로 급여를 전제해 서로 묶여있는 의무에서 다소 자유롭고, 권력과 명예의 논리가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적절한 의무만 다한다면, 여러모로 자유로운 구석이 있다. 직업군인으로서 주어진 의무를 다하고 내 직무에 필요한 만큼만 충실하면 그 이후부터의 세부적인 기준은 내 자유에 있다. 더 하고 싶으면 더 일해도 되고, 꼭 100점이 아니라도 규정에서만 충족되면 면책되기 때문이다. (물론, 책임을 져야 하는 고위급 간부 입장에서 끊임없이 돌발상황에 대응하고 변화해야 하는 스트레스와 어려움은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업무와 책임만 부담할 수 있다면, 그 이후부터 군생활은 온전히 자유의 세상이다. 결과물을 보고 80점이든 90점이든 스스로 만족하면 되고, 또 그 안에서 배울 점과 가치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서 흡수하면 된다. (발전이 더디고 개개인의 동기부여가 안 되는 큰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군 생활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정한 이 기준 속에서 얻어낼 수 있는 가치(이왕이면 미래에 활용할 수 있는)를 찾아내는 것이 그 핵심이다. 그리고 그 가치를 미래의 내 삶에 적극 활용하면 금상첨화다.


그래서, 군 생활이라는 봉사 중에 군의 가이드라인만 적절히 충족할 수 있다면, 남의 말에 휘둘릴 필요 없다.



    이렇듯 남의 시선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기준을 정하는 습관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한 집단에서 정한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서도 스스로 디테일한 선을 정해나가는 습관은 미래를 계획하거나 스스로의 삶을 설계할 때 더 능동 적에게 만들어준다. 특히 예비전역자에게 전역준비가 단순히 재취업 준비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의 인생 설계와 가치관을 잡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는 곧 후회 없는 미래를 그려나가는데 충분한 재원이 될 것이다.


즉,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기준을 정하는 게 군생활을 잘하기 위한 첫 단계다.


    앞서 서두에 언급했듯 나에 대한 평가가 갈리는 것도 이런 내 기준이 내 군생활에도 짙게 묻어 나오기 때문이다. 팍팍한 군생활 속에서도 진정한 자유를 느끼고 싶다면, 조직이 정한 가이드라인 속 스스로 기준을 만들고 앞으로의 군생활을 설계하길 바란다. 이를 통해 미래에 대한 계획과 분명한 성장의 동력을 얻으리라 확신한다. 전역예정자는 군생활이라는 인생1.0을 종료하고, 민간인으로 인생2.0을 헤쳐나갈 것이고, 현역이라면 더 당당하고 자신감있는 군생활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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