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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수 Sep 27. 2023

삼겹살에 소주 한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좋은 시간에 처방합니다.

사장님 여기 삼겹살 4인분에 처음처럼 1병 먼저 주세요.


삼겹살은 어느 모임에서나 사랑받는 메뉴입니다. 회식에도, 오랜만의 친구들과 모임에도, 가족끼리 외식을 왔을 때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메뉴죠. 특히 회사 사람들과 먹기에 가장 특화된 메뉴이기도 합니다. 적당한 가격대에 웬만해서는 모두 좋아하는 메뉴이자, 소주 몇 잔과 곁들여 먹으면 일하다가 쌓인 오해나 응어리진 마음을 풀기에 적당합니다.


이번 프로젝트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짠 하시죠!


일을 하다 보면 프로젝트를 마쳤을 때, 일이 잘 안 풀려 힘든 하루를 보냈을 때, 서로 깊은 대화가 필요할 때 '소주 한잔 하시죠' 란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때가 있습니다. '고생 많았다' 나 '우리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문장이기도 하죠. 

뜨겁게 달궈진 불판에 두툼하게 썰려 나온 삼겹살을 올리니 지글지글 고기가 구워지는 소리가 침샘을 자극합니다. 소리를 안주삼아 서로의 빈 잔에 소주를 따라주며 감사의 인사나 안부를 물으며 자리를 시작합니다.


그래도 이번 프로젝트 주임님 공이 컸어요.
에이 그래도 대리님이 PT 잘하셔서 그런 거죠.


서로 웃으며 나누는 말 한마디와 소주 한잔에 속상했던 마음도, 응어리진 마음도 조금씩 풀립니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16도의 알코올에, 삼겹살을 올린 불판에서 오는 열에 얼굴이 금세 붉게 익습니다. 두툼한 삼겹살은 양면이 갈색으로 구워져 직원의 집게와 가위질에 잘려 곱게 불판에 눕습니다.


고기 이제 드셔도 됩니다~


가게 직원의 말 한마디에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의 눈이 다 구워진 삼겹살의 기름처럼 반짝거립니다. 서로 자신의 앞접시에 고기 한 점씩 덜고 소주잔을 들어 술잔을 부딪힙니다.

고생한 하루를 마치며 소주 한잔과 삼겹살 한 점을 목구멍으로 넘기니 삼겹살에서 오는 포만감과 알코올의 알딸딸함이 온몸에 퍼지며 긴장이 풀리는 기분입니다. 술잔을 부딪히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늘 긴장상태로 마주했던 동료들과 나의 긴장이 풀리며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듭니다. 서로 서운했던 것들도 이 자리에선 모두 풀리고, 사과도 용서도 쉬워지는 마법 같은 자리가 만들어졌습니다.


삼겹살이 한 줄 한 줄 없어지고, 초록색 병들은 볼링핀이나 트로피 마냥 테이블 밑에 쌓여 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리는 무르익고 서로의 동료애도 높아져 갑니다. 이 순간에는 친한 지인 못지않은 사이가 된 기분입니다.


우리 막잔 한잔하고 이제 집에 가시죠?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좋은 시간, 서로가 가까워질 필요가 있는 시간에 삼겹살에 소주 한잔,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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