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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주 Sep 25. 2023

저 너머의 감정

다음 달에는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출장지를 처음으로 마주한 날 저는 잠시 정지하고 말았는데요. 몇 달 전 탈출을 그토록 염원하던 곳에 다시 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여간 만사 골 때리는 일의 연속입니다.


요즈음 저는 뭘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출장을 앞두고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것들을 번역하는 일이 잦습니다. 네이티브가 아니기에 어떤 표현이 더 나을는지 생각을 반복하다가 머리도 여러 번 터졌습니다. 솔직해지자면 제 딴에는 노력대비 결과가 정확하지 않아서 몹시 별로라고 생각하는 작업입니다. 그러나 또 집중은 다른 때보다 좋은 모순이 있어 다른 것들에 비해 마무리가 어렵지 않으니 얼떨떨합니다.


어제는 언제 잠든지도 모르게 잠들었습니다. 새벽에 잠깐씩 몇 번 깨기는 했는데 그뿐입니다. 체력 관리에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는데요. 커피도 술도 줄이는 게 맞다는 것을 알고는 있으나 핑계만 늘고 있는 와중입니다. 자아의 발견은 지긋지긋하고 인식의 문제에 관해서는 회의감이 듭니다. 정신이 세계와 멀어지면 안 될 텐데요. 간극은 혼동을 일으키고 흔들리는 것들에 대한 완벽하게 확신을 바라는 신경증이 도지면 정말이지 눈동자가 심장 뛰는 양 두근두근 거립니다.


아주 가까운 것도 아주 멀어지고 아주 먼 것도 아주 가까워지고 어처구니없지요. 깊이 기뻐하지도 깊이 슬퍼하지도 않으려 노력합니다. 또한 왜곡을 무엇보다 기피합니다. 숨길 수 있을 때까지 숨기려고 했던 것은 자살했고 시간은 흘러가고 있습니다. 주변에 많은 것들이 있지만 제가 원하는 단 한 가지는 없습니다.


퇴근 후 반가운 얼굴을 보았습니다. 막연한 상상을 나누던 우리는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움직였습니다. 언젠가 서로의 동선이 겹칠 수 있지 않을지 여러 가능성을 나누자 저는 기분이 괜찮아졌습니다. 그러자 주어진 상황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이 죽음을 향한 변명이 될 수는 없겠지요. 시간은 잘도 흘러가고 매몰되기보다는 나아가는 것이 역시나 합당합니다. 어쩐지 손톱을 주황빛으로 물들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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