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이야기

10대~20대에 경험해 본 직업(아르바이트)의 종류는?

by 냥뇽



지금 이곳에 정착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많은 경험들, 여러 사람들을 겪어왔습니다.

사회의 첫발을 딛었던 곳은 어릴 적 제가 살던 통영의 어느 정보통신국이라는 곳에서 사회보충역으로 근무를 했던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공익으로 빠져 훈련소만 수료하고 2년 1개월가량을 수협 소속의 통신국에서 여러 가지 잡다한 업무들을 도맡아 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20살의 사회초년생에게는 근무하시는 분들께서 모두 아버지뻘 되시는 분들이라 어떤 생각이나 이념이 자리 잡기보다는 회사는 이런 곳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만한 첫출발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학교를 휴학하면서 근처 부산의 대형마트 음료코너에서 약 1년 정도 일을 했었습니다. 이곳에서 일했던 때가 가장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건강했던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쟈키(손 지게)를 이용해서 삼다수 큰 물 한 파렛트에 작은 물 2단까지 쌓아서 땀을 뻘뻘 흘리며 매장까지 끌고 오는 게 지금 생각하면 무식하리만치 인력을 갈아넣었던것인데 그때는 젊어서라는 이유로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게 일했던 것 같네요.

그러다 갑자기 뜬금없이 아는 형의 회사로 입사하게 되어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인터넷통신판매업체에서 사무실 출근을 하며 정장을 입고 출퇴근을 하니 뭔가 진짜 사회인이 된 것 같았습니다. 매일 전화를 수백 통씩 받으면서 스트레스란 스트레스는 다 받아가면서 일했던 것 같습니다. 일을 하면 할수록 스스로를 갉아먹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10개월가량을 다니고는 다시 다른 학교로 편입을 하며 집 근처 알바로 택배회사에서 소위말하는 까대기를 시작했습니다. 나름 열심히 일하는 편이다 보니 사장과 직원들이 많이 챙겨줘서 수년 넘게 자유롭게 일하면서 면허를 땄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따자마자 2톤 트럭을 바로 몰게 시킨 사장은 나쁜 사람이었지만요.

그 이후엔 단기알바와 택배알바를 전전긍긍하며 준비하던 시험을 계속 봤지만 거듭된 고배로 인해서 29살의 나이에 학교를 재입학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냥 인생이 이렇게 끝나버릴 것 같았거든요.


주간엔 학교수업과 야간에는 홈쇼핑상담원으로 일했습니다. 서울에서 통신판매업하며 익혔던 스킬들이 있어서 쉽게 적응했습니다. 야간일이다 보니 전업주부분들깨서 많으셨는데 정말 어머니는 대단한 분들임이 확실했네요.

홈쇼핑을 퇴사하고 나서 대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나이가 서른이 찍혀버리니 알바를 구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게다가 학교 때문에 시간을 뺄 수가 없어서 야간위주로 찾다 보니 집 근처에 맥도널드가 생기며 라이더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오토바이를 한 번도 탄 적 없었지만 라이더로 입사를 했습니다. 브레이크를 잡고 시동을 걸어야 하는 걸 몰라 옆사람에게 물어보고, 주유구를 못 찾아 주유소 사장님께 물어보고,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하고 야간 밤샘하느라 수업에 들어가서 꾸벅꾸벅 졸기도 했지만 1년 넘게 잘 버티면서 학교를 다닐 수 있었습니다.

3학년에 올라와서는 전문대학이라 학교에 강제로 남게 하여 야간자율학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야간일도 주간일도 모두 할 수가 없었는데 마침 새벽시간에 가능한 물류센터 일이 있어 학교 가기 전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쿠팡물류센터에서 주 7일을 일할 수 있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학교에 부리나케 와서 학교 헬스장에서 간단히 샤워만 하고 수업을 듣고,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부지런했던 1년이었습니다.

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시험을 다시 봤지만 1차 합격, 2차 탈락... 충격이었습니다. 그동안 달려온 시간들이 헛될 만큼.. 항상 응원해 줬던 친구 녀석도 이번만큼은 참지 못했는지 짐을 싸서 자기 회사에 마침 계약직을 뽑으니 지원하라고 하더라고요. 친구가 선임이 되어버린 아이러니한 상황... 계약직 기간 내내 친구와 함께 일을 마치고 스터디카페에서 새벽 4시까지 매일같이 공부하고 주말에는 함께 운동을 하며 시간을 또 몇 개월째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요. 대통령국정농단으로 탄핵되어 1년에 한 번 있던 시험이 하반기에 추가 시험공고가 나면서 천재일후의 기회가 찾아온듯했습니다.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부담감을 등에 업고 몇 년 동안 했던 고생을 발판 삼아 2018년 하반기 추가 시험의 원하던 자리를 일임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어느덧 근무한 지 6년이 다 되어가는지라 업무도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지고 여유도 많이 생겼습니다. 항상 일을 할 때마다 알바를 가던 어릴 적의 나를 생각하고 지금까지 겪어왔던 수많은 직장들에서 있었던 경험들이 발판이 되어 하루하루를 슬기롭게 잘 헤쳐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향후 몇십 년은 이곳에서 계속 일하고 있겠지만 언젠가 또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일을 하게 될는지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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