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함과 처량함에 서글픈 감정이 날 사로잡은 요즘이고 프랑스로 출국하는 날 아침에도 여행에 대한 설렘보단 어수선한 느낌이 앞선 발걸음이었는데 지난주 신청했던 브런치스토리의 작가에 선정되었다는 알람을 받았다.
작가가 되었다. 금세 기쁘다.
너무 기뻐 친구와 가족에게 자랑을 했고 과연 난 앞으로 어떤 글을 쓸까를 기대했다.
그 후엔 지난밤 써놓은 글을 지웠다. 괜히 작가란 타이틀이 붙으니 더 잘 써야 할 것 같은 부담감. 내 이야기를 좀 더 깔끔하게 전달하고 싶은 욕심. 조금 더 섹시하고 함축적인 표현력이 동반되어야 할 것 같은 느낌에 그랬으리라..
예술가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이다. 소비자에게 공감을 얻기도, 설득을 하기도 가끔은 구애도 하며 타인을 매력적으로 유혹하는 일. 그러기 위해선 삶을 관통하는 통찰력도 세련된 표현력도 동반돼야 하는데 난 너무 자주 깜박인다. 멋진 표현들과 단어들을 내 머릿속에 잡아두고 싶다.
내 생각이 길을 잃어 버려진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상황에 꼭 알맞은 단어가 갑자기 사라진다는 것은 답답한 일이다.
과연 난 앞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잃고, 잊히고, 버리게 될까? 그 아쉬움을 극복했을 때는 얼마나 성장하게 될까?
프랑스를 간다.
역촌의 한 뮤직바에서 들은 스텔라장의 l'amour, les baquettes, paris 때문에 간다.
음악 한 곡에 홀려 일 년에 한두 번 찾아오기도 어려운 기회를 뒤로하고 예정된 일정도 다 미뤄둔 채 비행기티켓을 예약했다.
뭐라도 알아보고 가야 할 것 같아 중고서점 가서 마구잡이로 고른 파리 여행책 두권.
포장이 되어 있어서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산 책. 열어보니 출판된 지 10년도 넘은 책이었다.
한 권은 글이, 한 권은 사진이 가득하다.
글이 가득한 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다. 난 이미지보다는 이야기에 더 끌리는 사람 같다.
그림보다는 그림을 찾아보고 싶게 만드는 글에 매력을 느끼고, 공간과 사물에 대한 정보보다는 그 공간을, 함께한 시간을 경험한 누군가의 감각에, 기분에 호기심을 가진다.
작가가 된 기념으로 짧은 여행이지만 파리에서의 내 상태를 글로 매력적이게 그려내보고 싶다.
대부분의 시간을 취해있을 예정이었는데 적어야 한다는 나의 다짐이 내 정신의 안전띠가 되어주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