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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은 꼬리를 물고

by oj

사랑하는 사이에서 의심과 질투는 최악이다. 서로 믿지 못하는 의심은 자신을 불안하게 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까지 불편하고 불행하게 만들기도 한다. 물론 의심할 만한 행동을 했을 경우엔 얘기가 다르지만 연인 사이의 의심과 질투는 지나치면 소유욕으로 나타나 데이트 폭력이나 집착 증세를 보일 때가 있다. 부부 사이에선 의심이 지나치면 의부증, 의처증이란 무서운 증세가 유발되기도 한다. 확실한 증거가 없어도 의심에 의심이 꼬리를 물면서 상대방을 믿지 못하고 괴롭힌다. 사랑한다는 명분으로 집착, 소유, 의심, 질투는 진정한 사랑이 모습이 아닌 잘못된 사랑이다. 세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란 작품에서도 오셀로의 망상이 부인을 의심하면서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 "오셀로 증후군"이란 말이 생기기도 했다.


베네치아 군대 지휘관인 오셀로는 데스데모나라는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에 빠져 반대를 부릅쓰고 결혼하지만 이아고란 부관의 간교한 거짓말에 속아 판단력을 흐리고 만다. 오셀로는 부관 카시오와 부인이 불륜 관계란 거짓말과 거짓 증거에 속아 부인을 죽이는 끔찍한 일을 저지른다. 나중에 이아고 부인으로 인해 진실을 안 뒤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이아고는 카시오에 의해 단죄를 받는다. 오셀로가 아내를 끝까지 믿었다면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이아고 역시 카시오에 대한 질투심으로 그를 몰아내기 위해 오셀로의 질투를 이용한 것이다. 일단 의심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실이 아닌 거짓을 진실로 믿게 된다. 가스라이팅이 그 예이다. 사실이 아닌데 계속 반복하다 보면 정신을 조종 당하게 된다.


오셀로의 의심과 질투에는 열등감도 작용했다. 자신이 무어 출신의 아프리카인이라 백인 부관인 카시오를 보면서 열등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런 자격지심은 부인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확고한 신뢰과 판단력으로 부인을 믿고 변명의 여지라도 주었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만약 의심의 마음이 들었다면 부인에게 솔직하게 물었어야 한다. 서로 마주보고 대면해서 사실인지 거짓인지 그 마음을 확인해야 한다. 사실이라면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 아니면 관계를 정리해야 되는지 선택에 놓이겠지만 최소한 위선이 아닌 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사랑은 절대 소유가 아니다. 서로 다른 둘이 만나서 변함없는 사랑의 마음으로 서로에게 충실하며 책임감을 다하는 것이다. 사랑의 마음이 처음 사랑처럼 뜨거울 순 없어도 적어도 근거없는 의심이나 질투 등으로 관계를 망쳐서는 안 된다. 서서히 감정이 퇴색되거나 조금 무관심해질 수는 있어도 가정이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의지하며 서로 믿음을 져버리거나 사랑의 마음까진 변질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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