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을 만끽할 겸 친구와 용산공원과 국립 중앙 박물관을 찾았다. 교사인 친구가 수능일에 쉰다고 갑자기 연락이 와서 찾게 된 곳이었다. 네플렉스 애니메이션인 "케데헌" 인기에 국립중앙 박물관 관람객이 1위인 루브르 박물관에 이어 세계 5위가 됐다는 소식이 자주 보도 되어 와보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가 되었다.
10시 오픈이지만 벌써부터 긴 줄이 대기하고 있었다. 외관과 내관이 3층 건물인 현대식으로 넓게 잘 지어진 건물이었다. 들어가는 입구 앞으론 남산타워가 한 눈에 보이고 탁 트인 전망이 좋았다.
가방 검사까지 마친 뒤에 관람을 시작했다. 입구로 들어가니 국보로 지정된 경천사지10층 석탑이 중앙에 전시되어 있었다. 고려 전기 때 절터에 창건된 석탑으로 일본에 반출되었다가 돌아오면서 훼손된 것을 복원해서 박물관에 전시했다고 한다. 중앙에 우뚝 선 우리 유산의 자랑스러운 자태에 압도 당했다.
2층부터 둘러보았는데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이 전시되어 있는 "사유의 방"이 유명해서 기대가 컸다.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작았지만 두 조각상이 어두운 불빛 조명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며 우아함을 자아내고 있었다. "반가의 자세로 한 손을 빰에 살짝 대고 깊은 생각에 잠긴 불상"이란 뜻으로 이름 붙여진 반가사유상을 보니 옅은 미소를 띄며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나 궁금했다. 뭐라도 사유해야 할 것만 같은 경건한 분위기였다. 6.7세기 경에 제작된 삼국시대 주조라니 정말 뛰어난 기술이다.
기증관이 있는데 문화유산을 모아 만 여점을 기증한 동원 이홍근 선생님의 업적이 자세히 기록되었다. 평생에 걸쳐 모아 개인 소장하던 도자, 서화, 금속, 토기, 석기, 석조물 등의 유산들을 박물관에 기증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위대한 나눔을 실천하셨다. 그밖에도 가보로 보존하던 유산들을 아낌없이 기증한 문중들로 인해 박물관의 가치가 더 높아졌다.
선사 시대 유물부터 시대별 유물까지 우리 유물들이 정말 다양했다. 달항아리. 조선백자. 고려청자. 분청사기를 비롯해 요즘 "케데헌" 덕분에 뜨고 있는 "까치와 호랑이"의 그림인 호작도가 돋보였다. 작가 미상인 이 그림은 민화에 즐겨 그린 주제로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호랑이와 기쁜 소식을 전하는 까치가 우리 민족의 상징적 동물로 큰 관심을 끌었다.
관람을 끝내고 굿즈를 보러 갔는데 까치와 호랑이 굿즈가 인기이고 갓을 쓴 소주잔은 벌써 품절이었다. 작게 만든 달항아리, 반가사유상 조각품, 석굴암, 고려청자, 호랑이 뱃지, 금동대향로 모형 등 다양한 굿즈가 많아서 꽤 큰 수억을 얻었다고 들었다.
우리 문화가 전세계에 뻗어나가 문화강국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전 세계인들이 k-pop에 빠지고 드라마. 영화. 음식. 화장품. 한복에 이제 문화재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 김구 선생님이 원하셨던 문화 강국이 현실이 되니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진 것을 실감한다. 이제는 안일하게 만족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기 위해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인재와 후계자들을 양성하여 그 맥이 끊이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