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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게을러도 괜찮아

by oj

오늘 따라 일어나기가 너무 싫었다. 수영을 가야 하는데 뒹굴거리고 싶은 마음과 "안 돼"의 두 마음이 싸우고 있다가 "오늘은 쉬자"가 이기고 말았다. 11월에 들어서 너무 바쁘긴 했다. 주말마다 결혼식이 있었고, 언니 시어머님께서 돌아가셔서 장례식도 다녀오고, 김장에, 교회 큰 행사에, 냉장고 교체에 일이 끊이질 않았다. 감기 기운도 있고 핑계 삼아 조금 쉬어도 괜찮다는 합리화를 시키고 침대에서 늦게까지 뒹굴거렸다.


최근에 읽은 소윤 에세이 <작은 별이지만 빛나고 있어>에서 "게을러져 보는 것도 괜찮다"는 문장을 읽으며 가끔씩 게으름 피우는 나를 자책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해방감을 느꼈다. 어느 작가님은 "자신을 게으르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자기만의 기준이 높고 스스로를 아끼는 사람"이라고 쓴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p56) 작가님을 통해 게으르다고 느끼는 사람이 오히려 자기 기준이 높은 사람이라는 적당한 이유까지 생겼으니 가끔은 게으름을 피워도 좋다는 정당성이 부여된 셈이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다가도 한없이 나태해질 땐 침대에 붙박이처럼 붙어 꼼짝하지 않고 뒹굴거릴 때가 있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은 빗소리를 들으면서 책이나 영화를 보는데 모두 침대에서 해결한다. 식사 때 외에는 안 움직인다는 뜻이다. 침대에 앉았다, 누웠다 하면서 책과 영화를 보다가 졸리면 낮잠을 청한다. 자주 있는 날은 아니지만 그런 날을 보내고 나면 자유로움을 느끼다가도 이래도 되나 싶을 때가 있었다. 아들 둘이 결혼한 후로 내게 주어진 자유로운 시간들이라고 생각하며 가끔씩 누리는 게으름에 안온함을 느낀다. 이런 나태함을 누리면 바로 에너지를 얻는다. "어젠 실컷 쉬었으니 오늘은 열심히 살자"는 활력이 생기고, 나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된다. 그렇다고 매번 안일주의로 빠져서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게으름이 지속되어 무기력으로 흘러서는 결코 안 된다. 계속된 무기력과 의욕 저하는 자신에게 보내는 무언의 정신적 신호이다. 지쳤다던지, 쉼이 필요하다던지, 마음의 병이 생긴 건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결론은 가끔은 게을러도 괜찮다는 말이다.


어떤 작가님께서 아침에 일어날 목적이 있는 삶은 가치 있는 삶이라고 하셨다. 수영 강습이나 오카리나 강습 덕분에 아침 일찍 준비해서 나가는 일이 가끔은 귀찮았는데 일어날 목적이 있는 것이 의미가 있는 삶이라니 왠지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가끔씩 게으름을 피워도 괜찮다는 위안까지 얻었으니 오늘은 핑계삼아 뒹굴거려도 마음이 한없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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