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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j Aug 27. 2024

명장 이순신. 큰 별이 지다

ㅡ'노량. 죽음의 바다'  ㅡ


 지금도 북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을 일어나지 못 했다. 북을 둥둥 치는 소리가 귓가에 계속 맴돌고 가슴이 먹먹했다. 그 북소리는 민족의 영웅이자 명장 이순신 장군이란 큰 별이 스러져감을 안타깝게 여기는 장엄한 북소리 같기도 하고 왜구에 맞서 싸워 이겨낸 당당한 승전보를 울림 같았다.

 

 '서울의 봄' 이후 기다린 영화가 있었다. 명량. 한산에 이어 마지막 3부작인 노량의 개봉일에 맞춰 예매를 해두고 기다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억사적 인물 두 명을 꼽으라면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일 것이다.

 명량이 선보인지 한참 후에 한산이 개봉되고 올해 노량 영화를 기다리던 터였다. 이순신 장군의 3대 해전은 순서상으로는 한산. 명량. 노량이다. 임진왜란 마지막 가장 치열한 전투로 기록된 노량 해전에서 장렬히 전사하는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모습이 어떻게 그려질지 벌써부터 마음을 다잡고 갔다.


 김한민 감독의 10년간 걸친 이순신 영화 특징은 해전을 너무 생생하게 그려냈고 장군님과 함께 싸운 자랑스런 거북선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감독의 인터뷰에서도 난중일기를 즐겨보고 원래는 명량만 찍을 생각이었는데 찍다보니 계속 파고들게 되어 3부작으로 결정하면서 명작이 탄생했다. 이순신 장군이 잘 했다고 칭찬하실 것 같다고 감격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100분간 이어지면서 치열한 해전 전투신은 압권이었을 만큼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


 또한 매번 다른 이순신이 연기하며 색다른 기대감을 선사했다. 묵직하고 무게감 있는 명량의 장군을 연기한 최민식 배우. 고뇌하며 조용히 생각에 잠긴 장군을 연기한 박해일 배우. 이번 노량에선 비장한 각오와 신념 가득한 강렬한 눈빛의 장군을 연기한 김윤석 배우였다. 모두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들이지만 난 이번 이순신 장군의 김윤석 배우가 가장 마음에 든다.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 빠른 판단력과 속전속결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장군의 지략이 빛을 발했으며 아들을 왜군에게 잃은 아버지의 가슴 아픈 마음을 슬픈 눈빛으로 섬세하게 표현했다. 마지막 노량 해전에서 목숨을 바쳐 싸우며 쓰러져가는 부하들과 병사들을 보면서 북채를 잡고 북을 울리며 병사들의 사기와 기운을 북돋운 장군의 비장한 태도와 그 눈빛은 잊을 수 없다.


 결과를 알면서도 첫 번째 총탄에 가슴을 쓸어내렸고 두 번째 총탄 소리엔 가슴이 철렁였다. 계속된 북소리에 수군들은 끝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았고 왜군들은 겁에 질려 퇴각하며 결국 승리를 이끌어냈다.

 죽어가면서도 죽음을 저들이 알지 못하게 하라고 조용히 당부하며 장렬히 전사한 장면을 과하지 않고 담백하고 묵직하게 보여주어 더 가슴이 먹먹했다. 죽으면서까지 나라를 걱정하고 저들을 끝까지 살려보내선 안 된다는 강한 신념과 강한 의지가 돋보이며  퇴각하는 왜군을 끝까지 섬멸해야 하는 분명한 목적과 명분이 느껴졌다. 협력을 도운 명 장군은 장군의 죽음 앞에서 오열하고 장군의 진두지휘 아래 싸운 수많은 수군들은 흐느꼈다. 숭고한 희생이자 장렬한 전사였다.

 장례식날 백성들이 상여가 지나갈 때 눈물을 흘리며 통곡하고 장군님께 감사하며 절하는 모습 사이로 흐르는 슬픈 곡조는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주며 영화가 끝나고도 뜨거워진 가슴은 뭉클했다.


 조선을 지켜낸 이순신 장군이 없었다면 조선은 벌써 왜나라 손에 넘어갔을 것이다. 왕은 백성을 떠나 도망가도 장군들과 이름 모를 병사들과 힘을 모은 백성들은 남아서 나라를 지켜낸다.

 고려 거란 전쟁 때도 몽골 전쟁 때도 그랬고 조선 임진왜란 때나 병자호란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강한 민족성을 가진 나라임을 위기 때마다 발견한다. 나라를 지킨 것은 임금이나 대신들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이들이다. 빛도 없이 명예도 없이 그저 자신의 나라와 가족들을 위해 싸우다가 스러져간 이들에게 감사하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조선. 명. 왜나라 입장에서 본 서로 다른 생각이다.  "죽고자 하면 살것이요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라는 각오로 싸우면서 저마다 다른 이유를 갖고 전쟁에 임했다. 왜나라 사람이지만 대의를 위해 싸우는 이순신 장군과 힘을 보탠 평범한 백성들을 보며 진정한 의에 대해 깨닫고 항복해 일본군이 아닌 조선군이 되어 싸워준 항왜 군사 준사의 서사에도 감동했다.

이는 실존 인물이며 7년간 조선을 위해 싸운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비장하게 왜군과 싸우다 전사했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준사가 느낀대로 이순신 장군의 싸움은 실리가 아닌 대의를 위한 전쟁이며 다시는 나라를 뺏겨서는 안된다는 결의의 전쟁이었다.

 전투로 치열했던 바다가 조용히 출렁거리는 바다로 변했을 때 그 바다에서 죽어간 수많은 수군들이 스쳐지나갔다.


 지금의 평화와 안정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이순신 장군 같은 명장이 스러지니 그 후 또 다시 인조 때 병자호란을 막지 못했고 조선말 결국 일본의 손에 넘어가 경술국치를 당한 것을 보면 일본과는 숙적임이 분명하다. 일본뿐이 아니라 중국 역시 얼마나 호시탐탐 우리를 집어삼키려고 했는가.

강대국 사이에서 약소 국가인 우리나라가 존재하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은 어찌보면 기적에 가깝다. 힘없고 순박한 우리 민족은 다른 어떤 나라도 먼저 침략하지 않았다. 그저 목숨 걸고 막아내고 지켜내면서 억척같이 살아남아 지금의 번영을 이루었다.

 이순신 장군의 뛰어난 지도력과 리더십. 몸소 보여준 언행일치. 빠른 결단력과 지략. 굽히지 않는 신념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정치가 지켜야할 뼈아픈 교훈이 되어야 한다.

 이제 광화문 광장에 우뚝 서 있는 장군님의 동상이 다시 보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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