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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j Aug 27. 2024

참 난해한 사랑

ㅡ드라마 '사랑의 이해'ㅡ


'사랑의 이해' 는 참 답답한 드라마이다. 나이 50대 중반이 된 나는 사랑에 무덤덤해지긴 했어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앞에선 아직 설레인다. 하지만 사랑을 정의하라고 하면 정확히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사랑은 단순하지 않다. 사랑의 형태도 다양하고 각자 개개인의 사랑의 방법도 다르다. 풋풋하고 신선하며 가슴 설레였던 처음 사랑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젊었던 시절의 사랑도, 나이 들어가며 좀 더 깊어진 사랑도, 뒤늦게 찾아온 사랑으로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는 사랑도 모두 이해가 되면서 참 복잡미묘한 것이 사랑이라고 느낀다.


소설이 원원인 '사랑의 이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공감하지 못했다. 은행을 배경으로 여주인 수영과 남주인 상수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묘한 설레임을 주었지만 엇나간 사랑이 답답하기만 했다. 왜 수영은 상수를 좋아하면서도 그렇게 받아드리기가 힘든지 상수는 왜 그렇게 망설이고 생각이 많은지 모르겠다.


상수는 홀어머니와 함께 살며 열심히 공부만 한 모범적이고 진지한 사람이다. 사랑을 선택할 때도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하며 진지하게 다가서려고 한다. 그런 고민과 망설임을 수영이 엿보게 되면서 자격지심이 있던 수영이 상수를 밀쳐내는 장면부터 사랑이 엇나가기 시작한다. 자신을 좋아한다면 강하게 밀어부치고 다가서야 하는데 사랑의 확신이 없으니까 그런 거라고 차갑게 대하며 거리를 둔다.


수영 역시 아버지의 외도를 알고 상처입은 남동생을 사고로 잃고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사랑을 닫게 만들었다. 뒤늦게 후회하고 찾아온 아버지를 받아주고 함께 국밥집을 한 엄마를 절대 이해 못해 더 상처 입고 움츠려 있다. 거기에 고졸 출신 은행원이란 자격지심과 내세울 것 없는 자신의 처지 때문에 상수를 더 멀리한다.


결국 상수는 자신을 좋아하고 적극적인 미경이와 교제를 시작하고 수영은 은행 청경으로 일하면서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중인 종현과 사귄다. 둘이 좋아하면서 왜 자기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멀어만 지는지 이해가 안되었다. 하지만 멀리 할수록 두 사람의 마음은 더 간절해졌고 다른 사람과 교제하면서도 서로에게 끌리는 마음은 결국 더이상 안되겠다는 상수의 고백과 함께 열정적인 키스로 이어진다. 이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고백까지 받았으면서도 또 한번 망설인다.


이번엔 적극적으로 변해 미경에게 이별까지 통보한 상수를 수영은 또 다시 거부한다. 모래성이 무너질까봐 자신이 먼저 무너뜨린다는 바닷가에서의 대화를 뒤로 말없이 떠난다. 배경 좋은 미경이와 헤어지면 상수에게 다가올 어려움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난 우유부단하고 갈팡지팡한 수영의 태도가 못마땅하다.


교제를 하면서 깊은 관계가 되기도 전에 종현과 함께 사는 것도, 마음은 상수에게 가 있으면서 단호하지 못한 것도,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상수를 뿌리치는 것도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상황이 좋지 않은 종현이에겐 남동생에게 해주지 못한 미련과 연민의 감정이 확실한데도 그 관계를 끊지 못하고, 맞지도 않는 반지를 억지로 끼는 것도 답답하기만 하다. 반지를 줄 때 거절하면서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얘기했다면 종현도 상처를 덜 받았을지 모른다.


상사이자 자신에게 잘해준 미경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더라도 자신도 좋아하는 상수의 마음을 받받아주어야 했다. 처음부터 어긋났지만 어긋남을 바로 잡으려고 애쓰는 상수만큼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자기 감정에 충실하다면 수영의 사랑도 이룰수 있을 텐데 볼 때마다 안타까움만 남았다.


결국 비극으로 치달은 이들의 섬세한 감정 표현이 없었더라면 참 보기 싫었을 드라마이다. 상수와도 종현이와도 이루지 못한 사랑. 수영의 아버지의 외도가 아닌 엄마의 외도였다는 충격적 반전. 부인을 끝까지 감싸고 오명을 쓴채 자식앞에서 변명 한 마디 없던 아빠야말로 진정한 사랑을 보여준 유안한 사람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카페를 하며 혼자 조용히 사색에 잠긴 수영을 찾아온 상수와의 재회와 경찰 공무원이 된 종현을 바라보는 수영이의 모습을 끝으로 드라마가 종방했지만 나는 끝까지 두 사람의 사랑이 이어지기를 응원한다.


앞뒤 재고 계산하고 어떻게 될지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일단 뜨겁게 사랑하면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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