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순간, 의미를 갖는다

매일 걷듯이 오늘도 쓴다

by 에밀리



우리는 무엇을 남기며 걸어가는가. 하루하루가 마냥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록하는 순간, 그것들은 의미를 갖는다. 무심히 지나치며 흘려보낸 장면이 글로 옮겨질 때, 비로소 색채를 얻게 된다.


많은 이들이 매일을 지나오면서도, 정작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지 않은 채 하루를 접는다. 바람처럼 스친 찰나의 순간, 말하지 못한 아쉬움, 저릿한 통증, 노을 지는 풍경까지 희미한 기억 속에서 숨 쉰다.


글을 쓰는 것은, 삶을 더 깊이 들여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처럼 여겼던 하루가 문장이 되면서 빛을 얻고, 흘려보낸 계절은 한 장의 목차가 된다. 어쩌면 매일 기록하는 일은 존엄의 선언이고, 세상에 한 번뿐인 삶을, 온기로 건네는 일이다.


'내 이름으로 책 한 권 내고 싶다'는 마음은 소명(召命)이다. 그 문장을 보고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볼 것이고, 그것에 기대어 오늘을 견딜 것이다. 나의 경험이 잠 못 이루는 이들에게 닿을 수 있다. 글을 쓰는 것은, 타인을 비추는 일이기도 하다.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지금을 기록하고 남긴다. 지나간 것들은 특별할 것 없어도, 살아냈기 때문에 가치 있다. 글은 성실히 하루를 산 사람의 몫이다. 세상에 남기는 글은, 오늘의 숨결, 어제의 눈물, 그리고 내일의 다짐 속에 반짝인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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