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잊혀졌고 전설이 되었어
내 이름은 애가넷 / 유이정
줄줄이 아들이거나 줄줄이 딸이거나
막둥이만 딸이거나 아들이거나
기대하며 확신하는 눈빛으로 묻지만
드라마틱한 반전은 없어
딸 둘, 아들 둘
작은 아이들이 아기였을 때는
-친정엄마가 자주 오시나요?
하늘나라에 계시다고 하면
-쯧쯧 그러니 애 넷을 낳았지!
이웃들은 눈을 반짝이면서
남편이 무슨 일을 하는지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지 묻는다
-아빠는 능력자, 엄마는 우먼 파워
애매한 결을 따발총처럼 쏘고는
-진정 애국자네! 상 주야겠어요
과장된 몸짓으로 선심 쓰듯 휘리릭
때때로 깜짝 놀라는 손사래를 치며
휘둥그레 눈을 뜨고서 큰 소리로
-애가 넷?!!!!
그 반응에 내가 더 놀랜다
-그러니 엄마 나까지만 낳았어야지
딸들은 누구보다 셋째를 사랑하여
'천상의 짝꿍'이라 부르고
터울 지는 막둥이는 '미소 천사'
기쁜 소식, 멋진 작품, 칭찬꺼리
줄줄이 누나들에게 먼저 꺼내 놓는다
주홍 글씨처럼
내 이름은 애가넷
혼자서 길을 지나가는데
-애가 넷, 이래
커뮤니티 화장실에서도
-애가 넷, 엄마가 있대
몰라보는 내게 따지듯이
-애가넷, 이자녀요?
-어쩌라구? 어쩔!!!!
애가넷, 내 이름이 되었고
아이들이 자라면서 서서히 잊혀졌고
팬데믹 마스크 쓰면서 전설이 되었어
그려, 그렇게 세월은 흐른다
둥이 둥이 막둥아 천천히 자라거라
~2023년 8월 16일 새벽 1시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