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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율 Jan 24. 2024

가난한 남자를 사랑할 수 없는 쌍년에 대하여

영화 건축학개론  재해석

1장. 쌍년


"그 쌍년이 나야?"


시간을 되돌려 20살로 돌아간다면 서연은 가난한 승민을 선택할까?


절대로 선택하지 않는다라고 말하고 싶다.


서연은 마치 승민과 사귈 듯이 행동하지만, 절대 사귀지 않는다. 이건 여자분들만 깊은 공감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사귈 듯이 행동하지만 절대 사귀지 않는 것,

쌍년들은 대개 이렇게 행동한다. 쌍년들이 사는 방법이자 연애의 핵심이니깐.


여자들의 이런 행동들 때문에 20대 초반 남자들은 일찌감치 여자에게 데여 평생 여자를 신뢰하지 못하고 여혐으로 까지 번지는 안타까운 남자들도 분명 존재한다.


'쌍년, 조심하세요. 그리고 너무 아파하지 마세요.'


2장. 관계


건축학개론을 본 남자들은 대부분 승민에게 크게 공감한다고 한다.
왜냐면 대다수의 많은 남자들은 승민에게서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서연과 승민의 성장 배경을 통해 두 사람을 알아보자.


#승민은 가난하다.

순대국밥집에서 일하는 홀어머니, 어려운 가정환경

그리고 그에게도 찾아온 20살의 설레임.

홀어머니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선뜻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할 용기가 없는 승민.


남자는 누구에게나 컴플렉스가 존재한다. 그 컴플렉스는 가난이 아닌 키일 수도, 용모일 수도, 스펙일 수도, 못난 성격일 수도 있다.

 특히 이성을 만날 때 이 못난 컴플렉스가 작동하여 여자에게 말조차 못 거는 분들이 있다. 좋아하는데 계속 병신같이 쪼그라드는 자신의 모습에 이내 포기하고 만다.

 

현재는 한국사 1타 강사로 큰 별이 되신 분이 강의를 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고등학생 시절 버스에서 매일 만나는 같은 반  여학생을 정말 정말 좋아했는데  끝내 말조차 한번 걸지 못했다. 나는 집안 환경이 가난했고 내 눈에 비친 그녀는 부잣집 딸이었다. '내가 만약 이렇게 성공할 줄 알았으면 말이라도 한번 걸어볼걸.'  50살이 넘은 지금도 그것이 평생 한이 된다. 그 시절은 뭐가 그리 용기가 없었을까?

 

남자가 여자에게 쉽게 고백하지 못하는 이유는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못난 컴플렉스가 막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서연은 홀아버지의 기대를 한껏 받고 자랐다.

서연은 아버지의 지나친 관심과 기대감을 충족하며 자라왔다. 아버지가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라고 해서, 여자는 피아노를 쳐라고 해서 의사 남자(유연석)를 선택하는 것까지 아버지가 원하는 삶을 산다.

서연은 본인이 정작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모른 채 아버지의 욕망을 욕망하며.....


우리나라는 대개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매우 밀접하면서도 신경증적이며 분리되지 못해 남녀관계까지 큰 영향을 준다. 특히 이성부모에게서 더 강렬한 영향을 받는다. 아들을 어머니에게서, 딸은 아버지에게서, 끊임없이 애증의 관계를 줄다리기한 부모에게서 현재의 이성관계의  연결고리를 찾는다.



3장. 넥타이 선물


승민 : 세상에 얼마나 건축가가 많은데 왜 하필 나를 찾아왔어? 원하는 게 뭐야?


강남에 사는 의사 (유연석)과 결혼 후 이혼한 서연(수지)은 아버지에게 집을 지어 드리고 싶다는 이유로 20살 첫사랑의 남자를 찾아온다. 심지어 넥타이 선물까지 내민다.


'왜 하필이면 넥타이였을까?

뻔히 들 알겠지만 넥타이는 남근을 상징한다.


여자가 남자에게 넥타이를 선물한다는 것은 노골적인 음란함을 내포한다. 이를 영민하게 알아채고 막아버리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데 승민의 약혼녀(고준희)이다.  사실 나는 이 영화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녀가 영리하게 상황들을 정리해 버리고 막을 때 속이 시원했다.



4장. 신축이 아닌 증축


건축학개론은 제목처럼 집을 짓는 이야기가 맞다. 집을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할까? 집을 짓자는 제안으로 시작해 집을 짓고  끝나는 영화이다. 서연은 신축을 제안했으나 이를 눈치챈 승민의 약혼녀(고준희)의 영향으로 증축을 짓게 된다. 신축은 승민과 서연 두 사람을 의미하고 증축은 아버지가 끼어든다. 아버의 오랜 집 위에  증축하는 것은 고스란히 아버지의 영향을 가져간다는 뜻이 된다.


제목처럼 정말 건축에 관한 이야기이며 건축, 집은 우리 삶과 무관하지 않다. 어쩌면 우리가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이며 가족을 의미하며 그 가족을 구성하는 것은 남녀 관계에서 시작된다. 남녀 관계와 집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이다. 두 남녀가 결혼을 할 때 가장 먼저 알아보는 것도 함께 살 집을 찾는 일이다. 함께 살 집을 찾고 그 속에서 함께 살면 그게 가족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서연이 첫사랑의 남자에게 집을 지어달라는 노골적으로 같이 살자고 말하는 것 같다.


승민은 서연에게 제발 말을 해라고 한다. ‘네가 원하는 게 뭐야?’ 서연은 마치 증축처럼 자신의 욕망들을 눌러버리고 아버지 때문에, 집 때문에 라며  둘러댄다. 단 한 번도 자신의 진짜 속내는 보여주지 않는다.


자기 욕망을 차마 들여다볼 수 없기에 승민의 욕망을 통해 자기가 누구이고 뭘 원하는가를 알아내고자 하지만, 과거의 뼈아픈 경험을 통해 그녀가 어떤 여자인지 겪은 바 있는 승 민은 그녀를 두려워한다. 자신이 뭘 욕망하는지를 모르(는 척 하)면서 오직 타인을 통해 그것을 알아내고자 하는 서연 같은 여자, 참 피곤하다. 그런데 남자들은 늘 그런 여자들에게 매력을 느낀다. 남자 역시 여자의 욕망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발견하기를 원하기 때문일 터. - 김영하 '보다'에서..


5. 나의 이야기


아버지에게 태어나 처음으로 보여준 남자가 있다. 그 남자는 아버지에게 줄 작은 선물을 들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공장으로 찾아왔다. 나는 정말 그때 그를 좋아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지금이지만, 아버지는 그를 조용히 타일러 집으로 돌려보냈다. 아버지는 그에게 '훌륭한 청년이다' 라며 그에게 힘이 되는 좋은 말들을 해주었지만 그를 보내고 나서 나에게 그를 만나지 말라고 말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아버지는 그가 홀어머니가정에서 자랐고 몸이 나약해 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너무 강하게 교제를 반대하여 그와 나는 그렇게 헤어졌다. 서연처럼 아버지의 뜻대로....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는 아버지가 왜 반대했는지 더 현실적으로 깨달았다.



건축학개론을 통해 여러 가지로 나 자신을 투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나 또한 누군가의 ‘쌍년’ 일 수도 있겠지.





추억은 추억일 뿐,
그때의 서연이는 이제 없어요.
쌍년이어도 괜찮으시면 간직하세요.






<3장과 4장은 김영하 에세이 '보다' 참고해서 개인이 해석함>

사진출처 영화 건축학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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